숲의 식구 / 도종환
구름은 비를 뿌리며 빠르게 동쪽으로 몰려가고숲의 나무들은 비에 젖은 머리를 흔들어 털고 있다처음 이 산에 들어올 땐나 혼자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내가 흔들릴 때같이 흔들리며 안타까워하는 나무들을 보며혼자 있다는 말 하지 않기로 했다아침저녁으로 맑은 숨결을 길어 올려 끼얹어주고조릿대 참대소리로 마음을 정결하게 빗질해주는 이는 누구일까숲과 나무가 내 폐의 바깥인 걸 알았다더러운 내 몸과 탄식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며숲도 날 제 식구처럼 여기는 걸 알았다나리꽃 보리수 오리나무와 같이 있는 거지혼자 있는 게 아니다내가 숲의 뱃속에 있고숲이 내 정신의 일부가 되어 들어오고그렇게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