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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읽고 싶은 시 2024.04.2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읽고 싶은 시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