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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말하라면 / 김현승

인생을 말하라면 모래위에손가락으로 부귀를 쓰는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팔을 들어한조각 저 구름 뜬 흰구름을가리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눈을 감고장미의 아름다운 가시 끝에입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입을 다물고꽃밭에 꽃송이처럼 웃고만 있는사람도 있기는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고개를 수그리고뺨에 고인 주먹으로 온 세상의 시름을호올로 다스리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나와 내 입은두손을 내밀어 보인다.하루의 땀을 쥔 나의 손을이처럼 뜨겁게 펴서 보인다. 이렇게 거칠고 이렇게 씻겼지만 아직도 질기고 아직도 깨끗한 이 손을물어 마지않는 너에게 펴서 보인다.

읽고 싶은 시 2025.04.06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아직도 가지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 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 두려워 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출처: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5

4 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빛나는 강물4월이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송이 목련인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자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출처: 4월/오세영.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내 가슴 속 램프 / 정채봉

아침에 세수하면서 먹은첫 마음으로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학교에 입학하여새 책을 처음 펼치던영롱한 첫 마음으로공부를 충실히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내내 함께 한다면 첫 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직장일을 한다면 아팟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손님을 늘 기쁜 마음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눈물을 글썽이며 신앙 생활을 한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그때가 언제이든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출처 : 첫 마음 .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적멸에게 / 정호승

새벽별들이 스러진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별들은 스러질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별빛도 없다 아지랑이는 봄 하늘 속으로 노고지리 한 마리 한 순간 사라지듯 삼각파도 끝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 수평선 너머로 한 순간 사라지듯 내 가난의 적멸이여 적멸의 별빛이여 영원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라 돌아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라

읽고 싶은 시 2025.03.31

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 정호승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일등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누구나 다 일등이 될 수는 없으므로 삼등이나 그이하가 되어도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도대체 일등과 일류,삼등과 삼류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또 등(等)과 류(流)에는 어떤 의미 차이가 있는 것일까.‘등’은 순위나 등급 또는 경쟁을 나타내고,‘류’는 위치나 부류의 질적 가치를 나타낸다.‘등'에서 외양적 의미가 파악된다면,‘류’에서는 내면적 의미가 파악된다. 그리고‘등 보다 ‘류’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긍정성이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일등은 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이 다 일류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재로 모든 사람이 다 일류가 될 수는 없다.‘삼류는 안 된다’고 한 것은 꼭 일..

십자가를 등에 지고 가지 말고 품에 안고 가라 / 정호승

이 세상에 십자가를 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자기만의 십자가를 하나씩은 지고 살아갑니다. “저 녀석은 내가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할 십자가야.” 이렇게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부모에게는 자식이 십자가입니다. “저이는 내 십자가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어.” 이렇게 말하는 아내에게는 남편이 십자가입니다. 아니면 그 반대의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십자가라고 하면 사랑보다 고통을 먼저 떠올립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나 죽을 때까지 감당할 수밖에 없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대로 버리고 싶으나 결코 버릴 수 없는 고통의 덩어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아마 자기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청년 예수의 고통을 떠올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

삶에 대한 감사 / 박노해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상처 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읽고 싶은 시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