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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 김복수

​먼 길이라고 겁먹지 마라나서면 갈 수 있는 길이다​먼 길이라고 뒤돌아서지 마라가까운 길도 먼 길이 될 수 있다​먼 길이라고 결코 포기하지 마라이 세상에 갈 수 없는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보이지 않는 길이라고 망설이지 마라네가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풀잎에 내린 이슬도길을 나서면 바다에 간다​처음부터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갈 수 있는 것도먼 길이다 출처 : 먼 길 / 김복수.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6.04

6월 / 황금찬

6월은녹색 분말을 뿌리며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맑은 아침뜰 앞에 날아와 앉은산새 한 마리낭랑한 목청이신록에 젖었다.허공으로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6월의 하늘을 본다.신록은꽃보다 아름다워라.마음에 하늘을 담고푸름의 파도를 걷는다.창을 열면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벽 저만한 위치에바람 없이 걸려 있다.지금 이 하늘에6월에 가져온한 폭의 풍경화를나는 이만한 거리에서바라보고 있다. 출처 : 6월 / 황금찬.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6.01

오 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이 나였을 오월, 불현 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失了愛情通告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길의 노래 / 이정하

​너에게 달려가는 것보다때론 멀찍이 서서 바라보는 것도너를 향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겠다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보다묵묵히 너의 뒷모습이 되어 주는 것도너를 향한 더 큰 사랑인 줄을 알겠다너로 인해, 너를 알게 됨으로내 가슴에 슬픔이 고이지 않는 날이 없었지만네가 있어 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네 생각마저 접으면어김없이 서쪽 하늘을 벌겋게 수놓는 저녁해자신은 지면서도세상의 아름다운 뒷배경이 되어 주는그 숭고한 헌신을 보며, 내 사랑 또한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저녁해가 되고 싶었다마지막 가는 너의 뒷모습까지 감싸줄 수 있는서쪽 하늘 그 배경이 되고 싶었다 출처 : 길의 노래 / 이정하.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5.28

오늘처럼 만 사랑하자 / 박노해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떨리는 그 별빛 여기 도착해사랑의 입맞춤으로 환히 빛나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충분한 날우리 오늘처럼만 걸어가자바람 부는 길 위에서 그대와 나한 줌의 씨알처럼 가난할지라도가슴에 새긴 입맞춤 하나로함께 가는 걸음마다 꽃을 피우리니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오늘은 사랑 하나로 감사한 날우리 오늘처럼 만 바라보자해와 별이 하루도 쉬지 않고 비추듯좋은 날도 힘든 날도 함께 앞을 바라보며세상의 아프고 힘든 또 다른 나와 함께이 한 생이 다하도록 깊어지는 사랑으로우리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출처 : 오늘처럼 만 사랑하자 / 박노해.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