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밭을 일구다가 백자 파편이 눈에 띄어 한두 개씩 모은것이 큰 바구니에 가득 찼다. 산성 밑의 이곳이 옛날 집터 자리인지 기와 조각도 잡힌다. 대숲이나 풀숲, 논둑, 물 흐른 도랑에도 파편은 엎드려 있다. 전에도 절터에서 가끔 백자 파편을 보아왔지만 그냥 지나쳤는데 요사이는 그 파편들의 빛깔에 이끌리어 모으기 시작했다.은은한 빛깔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굽마다 형태가 달라서 술병인지 접시인지 혹은 막그릇인지를 짐작케 한다. 파편 한 조각에서도 연꽃처럼 달처럼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혹은 쑥떡같고, 바보 같고, 멍텅구리 같게도 느껴진다. 그런데 그 맛이 날이갈수록 담담하면서 은은히 다가와 마치 천 년 전의 옛사람을 보는 듯 순수한 정감에 빠져든다. 백자의 매력은 소박하다는데 있다. 평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