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쪽 바닷가에 사는 친지로부터 매화가 피었다는 봄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춘설春雪이 밤새 내렸다. 뜰에 나가 보니 잔설이 쌓여있는 산수유 매화의 꽃눈이 또렷해져 겨울잠에서깨어나고 있었다. 사유思惟에 눈뜨던 시졀, 무서리에 자지러진 가을을 지나 눈 내린 혹한의 겨울 그리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유년의 기억마저 잊게 했다. 그러나 그 고뇌와 아픔의 시간 들이 이제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작은 구름이 가볍게 하늘을 흘러간다 /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꽃은 풀숲에서 웃는다 /어디를 보아도 고단한 눈은 이제 /책에서 읽은 것을 잊으려 한다 / 내가 읽었던 어려운 것들은 / 모두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으며 / 겨울날의 환상에 불과했다 / 나의 눈은 깨끗하게 정화되어 /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