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수 필 / 신달자

윤소천 2014. 6. 2. 06:58

 

 

 

 

 

 

 

자질구레하다

 

손톱 거스러미와 옷섶 보푸라기가 일렁인다

 

잘 입은 정장에 단추 하나가 떨어진 것도 보인다

 

그 행간에 몇 개 염전이 산다

 

불가촉천민의 닳은 숟가락 보인다

 

가파른 언덕으로 리어카를 끌고 가는 등 보인다

 

지나치게 도도한 목을 꺽고 두 손을 모으고 생각에 잠긴 사람 있다

 

맨얼굴로 정직을 쟁기질하는 농부도 보인다

그 너머 정겹게 오라는 손짓이 있다

 

그것을 지나야 한다 맨얼굴 아래 더 아래 다시 가고 다시 가노라면

묵은 짐 내리게 하는 평안의 의자가 거기 있다

 

후미진 골목 가장자리 나팔꽃이 활짝 아침 열고

 

따뜻한 물속에 두 발 담그니

 

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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