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숲의 식구 / 도종환

윤소천 2014. 6. 23. 06:10

 

 

 

 

구름은 비를 뿌리며 빠르게 동쪽으로 몰려가고

숲의 나무들은 비에 젖은 머리를 흔들어 털고 있다

처음 이 산에 들어올 땐

나 혼자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흔들릴 때

같이 흔들리며 안타까워하는 나무들을 보며

혼자 있다는 말 하지 않기로 했다

아침저녁으로 맑은 숨결을 길어 올려 끼얹어주고

조릿대 참대소리로 마음을 정결하게

빗질해주는 이는 누구일까

숲과 나무가 내 폐의 바깥인 걸 알았다

더러운 내 몸과 탄식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며

숲도 날 제 식구처럼 여기는 걸 알았다

나리꽃 보리수 오리나무와 같이 있는 거지

혼자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숲의 뱃속에 있고

숲이 내 정신의 일부가 되어 들어오고

그렇게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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