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빛나는 강물4월이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송이 목련인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자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출처: 4월/오세영.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내 가슴 속 램프 / 정채봉 아침에 세수하면서 먹은첫 마음으로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학교에 입학하여새 책을 처음 펼치던영롱한 첫 마음으로공부를 충실히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내내 함께 한다면 첫 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직장일을 한다면 아팟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손님을 늘 기쁜 마음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눈물을 글썽이며 신앙 생활을 한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그때가 언제이든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출처 : 첫 마음 .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읽고 싶은 시 2025.03.31
적멸에게 / 정호승 새벽별들이 스러진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별들은 스러질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별빛도 없다 아지랑이는 봄 하늘 속으로 노고지리 한 마리 한 순간 사라지듯 삼각파도 끝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 수평선 너머로 한 순간 사라지듯 내 가난의 적멸이여 적멸의 별빛이여 영원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라 돌아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라 읽고 싶은 시 2025.03.31
삶에 대한 감사 / 박노해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상처 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읽고 싶은 시 2025.03.27
때때로 인생은 / 헤르만 헤세 때때로 강렬한 빛을 피우며인생은 즐겁게 반짝거린다.그리고 웃으며 묻지도 않는다.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멸망하는 사람들을. 그러나 나의 마음은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다.괴로움을 숨기고, 울기 위하여그리움이 저녁에 방으로 숨어드는 괴로움에 얽혀 갈피를 못 잡는많은 사람들을 나는 안다.그들의 영혼을 형제라고 부르고반가이 나를 맞아 들인다. 젖은 손 위에 엎드려밤마다 우는 사람들을 나는 안다.그들은 캄캄한 벽이 보일뿐빛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암흑과 근심으로 하여훈훈한 사랑의 빛을남 몰래 지니고 있는 것을그들은 모르고 헤매이고 있다. 읽고 싶은 시 2025.03.27
길이 끝나면 / 박노해 길이 끝나면 거기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이 닫히면 거기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읽고 싶은 시 2025.03.19
졸업 / 미츠야마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지짙은 라일락 향기를 뒤로하고우리는 서로에게작별의 말을 건넸다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자참으로 무거운 말인데도그때는 가볍게 흘려버렸다설렘을 품은 가슴으로낯선 도시의 로망을 좇아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그때, 꽃동산처럼 보이던삶의 평원을봄날의 향기를 추억하며걸어가고 있다모퉁이를 돌아서면 집이다가로등 불빛에길게 늘어진 그림자가오늘 밤도함께 걸어주고 있다삶의 훈장이라는 것은 없다묵직한 발걸음 소리가시간의 대답처럼메아리치고 있다출처 : 문화앤피플(https://www.cnpnews.co.kr) 읽고 싶은 시 2025.03.16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무등산(無等山) / 윤소천 눈 쌓인 무등산無等山바람 잔 산정山頂 성스러운 설봉雪峯! 선정禪定의 정경情景이여!천왕봉 원효봉 서석대 입석대안고 선 무등無等어머님 품처럼 깊고 포근하다무등無等의 무애無㝵를 넘어한길로 맑게 트인 하늘저녁 노을이 곱다 지난 가을 산마루무서리에 자지러진 나목裸木차가운 눈은 내리고 내리고꽃샘추위에 유년의 기억기다림마저 잊은 봄먼 길 돌아와무상無常을 넘어서 서이제 바람 잔 들녘찬연粲然한 햇살에눈부시어 눈 비비며맞는 새봄 화엄華嚴 열리는화광동진和光同塵의 새 아침우리부활復活의 화관花冠 쓰고사랑으로 피어나자. 읽고 싶은 시 2025.03.10
서로 사랑한다는 것 / 이정하 당신은 아는가그를 위하여 기도할 각오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애당초 잘못된 시작이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이 컴컴한 어둠속에내가 그냥 있겠다는 것은내 너를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사랑하기 위해 상처 받는다는 것을당신은 아는가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한 쪽이 다른 쪽을자신이 색깔로 물들여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을 아는가그리하여 사랑은 자기 것을 온전히 줌으로써비워지는게 아니라 도리어 완성된다는 것을 읽고 싶은 시 202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