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후일담 21

[스크랩] 아버지에 대한 추억/장영희

아버지에 대한 추억 장 영희 1994년 7월 17일, 속초로 휴가를 떠나셨던 아버지는 수영을 하시다가 심장마비로 사고를 당하셨다. 레비 혜성이 목성과 충돌, 목성 아래쪽에 큰 구멍이 뚫려 20세기 최대의 우주적 사건이 일어난 그날, 나의 우주에도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구멍이 뚫렸다. 다음날 일간지에는 한국 영문학의 역사, 번역문학의 태두 장왕록(張旺祿) 박사가 타계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한 사람의 인생을 요약하기에 꽤 화려한 타이틀이지만, 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아버지’라는 단어 석자만큼 위대한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여섯 남매 중에 세 번째인 내가 첫돌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밤, 고열에 시달리는 나를 달래는 어머니 옆에서 아버지는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벌떡 일어나시며 “아, 소아마비!”라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