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고독 / 김현승 절 대 고 독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했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느낀다. 이 체온.. 읽고 싶은 시 2014.09.10
견고한 고독 / 김현승 견고한 고독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도 더 휘지 .. 읽고 싶은 시 2014.09.09
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 / 구 상 이 밑도 끝도 없는 욕망과 갈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오뇌와 고통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불안과 허망의 잔을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이 욕망과 고통과 허망 속에 인간 구원의 신령한 손길이 감추어져 있음을. 그리고 내가 그 어느 날 그 꿈의 동산 속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 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읽고 싶은 시 2014.09.07
네 마음에다 / 구 상 요즘 멀쩡한 사람들 헛소리에 너나없이 놀아날까 두렵다. 길은 장님에게 물어라. 해답은 벙어리에게 들으라. 시비는 귀먹어리에게서 밝히라. 진실은 바보에게서 구하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길은 네 마음에다 물어라. 해답은 네 마음에서 들으라. 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 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읽고 싶은 시 2014.09.06
백련(百蓮) / 구 상 내 가슴 무너진 터전에 쥐도 새도 모르게 솟아난 백련 한 떨기 사막인 듯 메마른 나의 마음에다 어쩌자고 꽃망울 맺어 놓고야 이제 더 피울래야 피울 길 없는 백련 한 송이 왼밤 내 꼬박 새어 지켜도 너를 가리울 담장은 없고 선머슴들이 너를 꺽어 간다손 나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될 뿐 오가는 길손들이 너를 탐내 송두리째 떠간다 한 들 막을래야 막을 길 없는 내 마음의 망울진 백련 한 송이 차라리 솟지나 않았던들 세상없는 꽃에도 무심한 것을 너를 가깝게 멀리 바랠 때 마다 퉁퉁 부어오르는 영혼의 눈시울 읽고 싶은 시 2014.09.05
중심의 괴로움 / 김지하 중심의 괴로움 봄에 가만 보니 꽃대가 흔들린다. 흙 밑으로부터 밀고 올라오던 치열한 중심의 힘 꽃 피어 퍼지려 사방으로 흩어지려 괴롭다 흔들린다 나도 흔들린다 내일 시골 가 비우리라 피우리라 읽고 싶은 시 2014.09.03
내가 만난 이중섭 / 김춘수 내가 만난 이중섭 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李仲燮).. 읽고 싶은 시 2014.09.01
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빨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읽고 싶은 시 2014.08.29
생 명 / 김지하 생 명 생명 한 줄기 희망이다 캄캄 벼랑에 걸린 이 목숨 한 줄기 희망이다 돌이킬 수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이 자리 노랗게 쓰러져버릴 수도 뿌리쳐 솟구칠 수도 없는 이 마지막 자리 어미가 새끼를 껴안고 울고 있다 생명의 슬픔 한 줄기 희망이다 읽고 싶은 시 2014.08.27
능 금 / 김춘수 능 금 그는 그리움에 산다 그리움은 익어서 스스로 견디기 어려운 빛깔이 되고 향기가 된다 그리움은 마침내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져 온다 떨어져 와서 우리들 손바닥에 눈부신 축제의 비할 바 없이 그윽한 여운을 새긴다 이미 가버린 그날과 아직 오지 않은 그날에 머문 이 아쉬운 자리.. 읽고 싶은 시 201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