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 은 잠
폭신하겠다 저 녹음위에 누우면 세상사 다 잊을 수 있겠다
날 오라 하네 새들이 먼저 자리를 비워 주며 날고
헛딛던 마음은 새들의 날갯짓 바람 따라 오르는데
그 푸른 구름 위에 반듯하게 누우면 땅의 목소리 잠시 들리지 않는
하늘 낮잠을 잘 수 있겠다 시간은 아예 깔아뭉개고서
키도 몸무게도 묻지 않네 어디가 아프냐고
병력도 묻지 않네 가족 수도 묻지 않네
왜 혼자냐고 보호자를 찾지도 않네 안심이다
오래 장기입주 가능하겠다
세상사 확 트인 궁궐 새의 지저귐조차
잠시 멈춘 잎들과 잎들이 뭉친 천년을 뒹굴어도 든든한
한 손으로 하늘을 끌어당기면 홑이불처럼 쾌적한 저 녹음 침대는
한 번 눕는 데 생이 다 가더라도 어쩌겠는가
산 채로 땅에서 멀어질 수 있다면
그렇게 그렇게 그래 순간
한 줌으로 한 번 눕는 데 수지 계산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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