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초여름의 꿈 / 황동규

윤소천 2014. 5. 31. 05:42

 

 

 

초여름의 꿈

 

 

 



간 겨울 눈에 주저앉은 비닐하우스가

생시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는 꿈

깬다.

초여름에 겨울 꿈을 꾸다니!

프로이드에 의하면 진짜 꿈은 다 개꿈이라지만,

꿈의 출구에 삶의 입구 표지를 붙일 수는 없다.


새벽길 나서니 길섶 흥건히 젖어 있고

먼동 트는 하늘에는 금빛 별 무리

땅에는 은빛 별꽃 무리

별꽃, 석죽과의 막내 꽃,

별빛 한 줄기 줄기는 별꽃잎의 하트형이라고

초여름 새벽이 일러준다.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삶의 이마에 뜰 때까지,

삶의 출구가 꿈의 입구로 열릴 때까지.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아니면 또 어떠리.

이 세상 어디엔가 꽃이 눈뜨고 있는 길이면,

초여름 새벽을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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