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59

인생을 말하라면 / 김현승

인생을 말하라면 모래위에손가락으로 부귀를 쓰는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팔을 들어한조각 저 구름 뜬 흰구름을가리키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눈을 감고장미의 아름다운 가시 끝에입맞추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입을 다물고꽃밭에 꽃송이처럼 웃고만 있는사람도 있기는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고개를 수그리고뺨에 고인 주먹으로 온 세상의 시름을호올로 다스리는 사람도 있지만 인생을 말하라면 나와 내 입은두손을 내밀어 보인다.하루의 땀을 쥔 나의 손을이처럼 뜨겁게 펴서 보인다. 이렇게 거칠고 이렇게 씻겼지만 아직도 질기고 아직도 깨끗한 이 손을물어 마지않는 너에게 펴서 보인다.

읽고 싶은 시 2025.04.06

처음 가는 길 / 도종환

아직도 가지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 일뿐이다.  누구도 앞서 가지 않은 길은 없다. 오랫동안 가지 않은 길이 있을 뿐이다.  두려워 마라 . 두려워 하였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이 길을 갔다.  죽음에 이르는 길조차도 자기 전생애를 끌고 넘은 이들이 있다.  순탄하기만 한 길은 길 아니다낯설고 절박한 세계에 닿아서 길인 것이다. 출처: 처음 가는 길/ 도종환.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5

4 월 /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문득 내다보면4월이 거기 있어라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언제 먹구름 개었던가문득 내다보면푸르게 빛나는 강물4월이 거기 있어라,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열병의 뜨거운 입술이꽃잎으로 벙그는 4월눈뜨면 문득너는 한송이 목련인것을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우르르 우르르빈가슴 울리던 격정은자고돌아보면 문득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출처: 4월/오세영.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내 가슴 속 램프 / 정채봉

아침에 세수하면서 먹은첫 마음으로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학교에 입학하여새 책을 처음 펼치던영롱한 첫 마음으로공부를 충실히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내내 함께 한다면 첫 출근하는 날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직장일을 한다면 아팟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몸을 돌본다면 개업날의 첫 마음으로손님을 늘 기쁜 마음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눈물을 글썽이며 신앙 생활을 한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그때가 언제이든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출처 : 첫 마음 . 작성자 :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4.02

적멸에게 / 정호승

새벽별들이 스러진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별들은 스러질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별빛도 없다 아지랑이는 봄 하늘 속으로 노고지리 한 마리 한 순간 사라지듯 삼각파도 끝에 앉은 갈매기 한 마리 수평선 너머로 한 순간 사라지듯 내 가난의 적멸이여 적멸의 별빛이여 영원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라 돌아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라

읽고 싶은 시 2025.03.31

삶에 대한 감사 / 박노해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상처 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읽고 싶은 시 2025.03.27

때때로 인생은 / 헤르만 헤세

때때로 강렬한 빛을 피우며인생은 즐겁게 반짝거린다.그리고 웃으며 묻지도 않는다.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멸망하는 사람들을. 그러나 나의 마음은언제나 그들과 함께 있다.괴로움을 숨기고, 울기 위하여그리움이 저녁에 방으로 숨어드는 괴로움에 얽혀 갈피를 못 잡는많은 사람들을 나는 안다.그들의 영혼을 형제라고 부르고반가이 나를 맞아 들인다. 젖은 손 위에 엎드려밤마다 우는 사람들을 나는 안다.그들은 캄캄한 벽이 보일뿐빛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암흑과 근심으로 하여훈훈한 사랑의 빛을남 몰래 지니고 있는 것을그들은 모르고 헤매이고 있다.

읽고 싶은 시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