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09

행 복 / 헤르만 헤세

​ 당신이 행복을 찾아 떠나신다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만큼성숙하지 못한 것이랍니다세상에 모든 사랑스러운 것이당신의 것이 될지라도​당신이 만일잊어버린 것에 아쉬워하고목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초조해한다면아직도 당신은​마음의 평화가 무엇인지모르는 것이랍니다당신이 모든 희망을 버리고행복이라는 이름으로그 어떤 목적과 소망마저 원하지 않게 될 때​그때 비로소세상의 모든 어둠은당신에게서 멀어져 갈 것이며당신의 영혼은 진정으로 평화로울 것입니다

읽고 싶은 시 2024.05.12

고난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 헤르만 헤세

​사랑하는 벗들이여, 암담한 시기이지만 나의 말을 들어주어라 인생이 기쁘든 슬프든, 나는 인생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햇빛과 폭풍우는 같은 하늘의 다른 표정에 불과한 것 운명은, 즐겁든 괴롭든 훌륭한 나의 식량으로 쓰여져야 한다. ​굽이진 오솔길을 영혼은 걷는다. 그의 말을 읽는 것을 배우라! 오늘 괴로움인 것을, 그는 내일이면 은총이라고 찬양한다. ​어설픈 것만이 죽어간다. 다른 것들에게는 신성(神性)을 가르쳐야지. 낮은 곳에서나 높은 곳에서나 영혼이 깃든 마음을 기르는 ​그 최후의 단계에 다다르면, 비로소 우리들은 자신에게 휴식을 줄 수 있으리. 거기서 우리들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을 것이리라.​

읽고 싶은 시 2024.05.05

수선화 /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읽고 싶은 시 2024.04.2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읽고 싶은 시 2024.04.16

결혼 축시 - 아가서를 대하며 / 이수창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하나님의 말씀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가득하여라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아름다운 열매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가득하여라 어여쁘고 어여쁜 그대들은 사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신부여 그대는 여자들 중에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고 신랑이여 그대는 남자들 중에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아여라 향기로운 산들에서 노루와도 같은 그대들이여 많은 물도 꺼치지 못하고 홍수라도 엄몰치 못할 영원한 행복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피어올라라

읽고 싶은 시 202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