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누가 사는가? / 황동규

윤소천 2014. 6. 10. 05:33

 

 

부석사 무량수전에는 누가 사는가?

 

 

 




새벽 봉황산

어둠 막 흔들렸으나 빛 채 배어들기 전

돌계단 디디며 헛디디며 안양루 오르는 길의

이 어둠도 빛도 아닌

그렇다고 빛 아닌 것도 아닌.

아 어찌할 거나

혹 사후(死後) 세상 빛깔이 이렇지나 않을까.

조금만 흔들어도 금시 생시가 다시 태어날.


무량수전 안에는

해 지는 쪽에서 해 나는 쪽을 향해

눈 크게 뜨고

밤낮없이 깜짝하지 않고 앉아있는

한 모진 인간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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