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 21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해외로 나간 친구의체온이 느껴진다​참으로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골목길에는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동, 서, 남,북으로틔어 있는 골목마다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다음 골목에서만날 것만 같다​나도 모르게 약간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어디서나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내 앞을 걸어가는비둘기를 만나게 된다​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2월에서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희고도 큼직한 날개가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읽고 싶은 시 2025.02.28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결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읽고 싶은 시 2025.02.25

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 / 구 상​

​이 밑도 끝도 없는욕망과 갈증의 수렁에서빠져나올 수 없음을나는 알고 있다.​이 밑도 끝도 없는고뇌와 고통의 멍에에서벗어날 수 없음을나는 알고 있다.​이 밑도 끝도 없는불안과 허망의 잔을피할 수 없음을나는 알고 있다.​그러나 나는 또한 믿고 있다.​이 욕망과 고통의 허망 속에인간 구원의 신령한 손길이감추어져 있음을,그리고 내가 그 어느 날그 꿈의 동산 속에 들어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읽고 싶은 시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