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흐르는 강물에 / 김남조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은 하늘이 그 가슴에 피우는 장미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품어가지 못하랴 모든 걸 단번에 거는 도박사의 멋으로 삶의 의미 그 전부를 후회없이 맡기고 가는 하얀 목선(木船)이다 차가운 물살에 검은 머리 감아 빗으면 어디선지 울.. 읽고 싶은 시 2018.04.11
나를 부르는 당신 / 이해인 나를 부르는 당신 오를 때는 몰랐는데 내려와 올려다 보면 퍽도 높은 산을 내가 넘었구나 건널 때는 몰랐는데 되건너와 다시 보면 퍽도 긴 강을 건넜구나 이제는 편히 쉬고만 싶어 다시는 떠나지 않으렸더니 당신 그래도 움직이는 산 굽이치는 강 나를 부르는 당신 읽고 싶은 시 2018.04.01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읽고 싶은 시 2018.03.24
보름달 / 정호승 보름달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읽고 싶은 시 2018.03.16
내가 만일 / 박목월 내가 만일 내가 만일 너라면 따분하게시리 책만 읽고 있을 줄 알아 도마뱀을 따라 꽃밭으로 가 보고 잠자리처럼 연못에서 까불대고 물 위에 뱅글뱅글 글씨를 쓰고 그렇지, 진짜 시(詩)를 쓰지 아침나절에는 이슬처럼 눈을 뜨고 풀밭에서 낮잠을 자고 나무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매미가 되.. 읽고 싶은 시 2018.03.08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 읽고 싶은 시 2018.02.22
그 나무에 부치는 노래 / 강은교 그 나무에 부치는 노래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있을까 그 나무 지금도 거기 서서 찬비 내리면 찬비 큰 바람 불면 큰 바람 그리 맞고 있을까 맞다가 제 잎 떨어내고 있을까 저녁이 어두워진다 문득 길이 켜진다 읽고 싶은 시 2018.02.14
삶의 맛 / 황동규 삶의 맛 환절기, 사방 꽉 감기! 꼬박 보름 동안 잿빛 공기를 마시고 내뱉으며 살다가, 체온 38도 5분 언저리에서 식욕을 잃고 며칠 내 한밤중에 깨어 기침하고 콧물을 흘리며 소리 없이 눈물샘 쥐어짜듯 눈물 흠뻑 쏟다가, 오늘 아침 문득 허파꽈리 속으로 스며드는 환한 봄 기척. 이젠 휘젓.. 읽고 싶은 시 2018.01.29
신년기원(新年祈願) / 김현승 신년기원(新年祈願)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 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 당신의 넓은 품.. 읽고 싶은 시 2018.01.21
마지막 장미 / 김남조 마지막 장미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현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읽고 싶은 시 2018.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