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멀 미 / 이해인 꽃 멀 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 읽고 싶은 시 2017.08.20
사랑법 / 강은교 사랑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래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읽고 싶은 시 2017.08.14
독산해경(讀山海經) / 도연명(陶淵明) 독산해경(讀山海經) 초여름에 집 주위는 풀과 나무 자라나 신록으로 울창하네. 새들이 의지할 곳 생긴 걸 기뻐하듯 나 또한 오두막집을 사랑하네. 밭 갈고 씨 뿌리고 난 후에 틈틈이 책을 읽네. 관리들의 발길 뜸한 외진 골목길에 친구들의 수레가 찿아드네. 즐겁게 얘기하며 봄술 따.. 읽고 싶은 시 2017.07.27
비와 인생 / 피천득 비와 인생 삶이란! 우산을 펼쳤다 접었다 하는 일이요. 죽음이란! 우산이 더 이상 펼쳐지지 않는 일이다. 성공이란! 우산을 많이 소유하는 일이요. 행복이란! 우산을 많이 빌려주는 일이고 불행이란! 아무도 우산을 빌려주지 않는 일이다. 사랑이란! 한쪽 어깨가 젖는데도 하나의 우산을 .. 읽고 싶은 시 2017.07.19
그리운 목소리 / 정호승 그리운 목소리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 채로 어느 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호승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읽고 싶은 시 2017.07.11
개안(開眼) / 박목월 나이 60에 겨우 꽃을 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神이 지으신 오묘한 그것을 그것으로 볼 수 있는 흐리지 않은 눈 어설픈 나의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꽃 불꽃을 불꽃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렸다.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충만하고 풍부하다. 神이 지으신 있는 그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至福한 눈 이제 내가 무엇을 노래하랴. 神의 옆자리로 살며시 다가가 아름답습니다. 감탄할 뿐 神이 빚은 술잔에 축배의 술을 따를 뿐. 읽고 싶은 시 2017.07.07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가난한 사람에게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 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 밖에 걸어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 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 읽고 싶은 시 2017.07.01
나의 하늘은 / 이해인 나의 하늘은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처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 읽고 싶은 시 2017.06.27
사랑에게 / 정호승 사랑에게 나의 눈물에는 왜 독이 들었는가 봄이 오면 봄비가 고여 있고 겨울이 오면 눈 녹은 맑은 물이 가득 고여 있는 줄 알았더니 왜 나의 눈물에는 푸른 독이 들어 있는가 마음에 품는 것마다 독이 되는 시절이 있었으니 사랑이여 나는 이제 나의 눈물에 독이 없기를 바란다 더 이상 나.. 읽고 싶은 시 2017.06.11
6월의 시 / 김남조 6월의 시 어쩌면 미소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 읽고 싶은 시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