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마지막 장미 / 김남조

윤소천 2018. 1. 17. 10:06


마지막 장미






지순한 정에 넘치고

에오라지 잘 되기를 비는

연한 새순같은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에게 주겠는가


반생을 지운

삶의 산마루에서

불현듯 느껴오는 보라빛 광망의

달밤같은 그리움이 있다면

누구에게 주겠는가


순은 벌어 잎새 무성하고

머잖아 눈부신 꽃숭어리를 펴 바칠

기찬 동경과 바라움으로

검은 살눈썹이 젖어든다면.....


여인이여

우리 생애에서 가장 쓸쓸한 시간이

언제 올지는 모른다

생명의 잔을 비우고 돌아가는 길은

우모인 양 내려 쌓이는

하얀 눈벌일지도 모르는데


숙연하여 몸서리칠 그때

마지막 누구의 이름을

부르겠는가


여인이여

도금한 금붙이의 값싼 자랑이나

지난날의 사치스런 욕망들을 흘려버리고

씻은 구슬같은 마음밭에

하나의 사랑만이 있는 대로의 깊이로 깃들인다면

그 사랑을 누구에게 주겠는가

한 송이의 뜨거운 장미

마지막인 장미를

가진다며는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맛 / 황동규  (0) 2018.01.29
신년기원(新年祈願) / 김현승  (0) 2018.01.21
어떤 결심 / 이해인  (0) 2018.01.15
그는 / 정호승  (0) 2018.01.09
내 나이 가을에서야 / 이해인  (0)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