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헤르만 헤세 봄 어스름한 어둠 속에서 너의 나무와 푸른 미풍 너의 향기와 새의 노래 소리를 오랫동안 꿈꾸었다. 이제 너는 광채로 치장되고 빛을 담뿍 받아 경이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너는 나를 다시 알아보고는 다정하게 유혹하니 너의 복된 현존으로 내 온 몸이 떨리는구나! 읽고 싶은 시 2019.03.27
세상을 만드신 당신께 / 박경리 당신께서는 언제나바늘구멍만큼 열어주셨습니다그렇지 않았다면어떻게 살았겠습니까이제는 안 되겠다싶었을 때도 당신이 열어주실틈새를 믿었습니다달콤하게어리광부리는 마음으로어쩌면 나는 늘 행복했는지행복했을 것입니다목마르지 않게천수(天水)를 주시던 당신 읽고 싶은 시 2019.03.24
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우리들의 시간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徒勞無益)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읽고 싶은 시 2019.03.17
봄에게 / 김남조 아무도 안 데려오고무엇하나 들고 오지 않는 봄아.해마다 해마다혼자서 빈 손으로만 다녀가는봄아.오십 년 살고나서 바라보니맨 손 맨 발에 포스스한 맨 머릿결정녕 그 뿐인데도참 어여쁘게 잘도 생겼구나봄아. 잠시 만나수삼 년 마른 목을 축이고잠시 찰나에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봄 햇살 질펀한 데서인사라고 나뉘니이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이승에선 제일로꿈만 같은 꿈만 같은 햇빛 안에나는 왔는가 싶어. 읽고 싶은 시 2019.03.08
꽃의 고요 / 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따라 청매(靑梅) 꽃잎이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바람이 바뀌면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있는흙담으로 쏠리기도 했다.'꽃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꽃잎을 어깨로 맞고 있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다.'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노래하며 질 수도....''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음, 후렴이 아닌데!' 읽고 싶은 시 2019.02.27
내 나이를 사랑한다 / 신달자 내 나이를 사랑한다 지금 이 순간이 어렵고 힘들다고해서 또한 알지 못한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아직도 남자이고 아직도 불타는 젊음을 불태울 수 있고 당신은 아직도 여자이고 아직도 아름다울 수 있고 아직도 내일에 대해 탐구해야 할 나이에 있다고 생각.. 읽고 싶은 시 2019.02.22
시간을 선물합니다 / 신달자 시간을 선물합니다 막 낳은 달걀같은 알의 시간 새해라는 따뜻한 이름을 선물합니다 사람이 아닌 신의 이름으로 축복의 햇살이 널리 퍼지는 금물결 일렁이는 새해라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고루고루 주어지는 신의 선물 당신에.. 읽고 싶은 시 2019.02.09
이런 사람 하나 만났으면 / 박완서 이런 사람 하나 만났으면 보름달처럼 뭉개구름처럼 새털처럼 보기만 해도 은하수 같은 이 풍랑으로 오셔도 바닷가 도요새 깊은 부리로 잔잔한 호수 위 빗살무늬 은물결처럼 초록의 싱그러움 잊지 않는 이 그래서 자신의 잣대를 아는 이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 잠자는 영혼 일으켜 세우.. 읽고 싶은 시 2019.01.24
새벽 일기 2 / 이해인 언제부터 그랬을까 새벽에 눈을 뜨면입안이 마르고쓰기만 해서 레몬 사탕이나박하 사탕이나달고도 화한 것을자꾸 찾게 되는데 혈당도 높으니단것을 주의하라고독이 된다고교육도 받았지만입이 쓴 걸 어떡하나 절제가 부족하다고못마땅해 하다가도내 몸에 필요하니까 당기는 것이라고변명을 하게 되지단것은 나에게오늘도 유혹이고생명인 거지2017년 5월 19일 폭 자고 일어난깜깜한 새벽 읽고 싶은 시 2019.01.15
한 해의 기도 / 이해인 한 해의 기도 1 월에는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소서 그동안 쌓인 추한 마음 모두 덮어 버리고 이제는 하얀 눈처럼 깨끗하게 하소서 2 월에는 내 마음에 꿈이 싹트게 하소서 하얀 백지에 내 아름다운 꿈이 또렷이 그려지게 하소서 3 월에는 내 마음에 믿음이 찾아오게 하소서 의심을 버리고 .. 읽고 싶은 시 2019.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