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45

봄에게 / 김남조

아무도 안 데려오고무엇하나 들고 오지 않는 봄아.해마다 해마다혼자서 빈 손으로만 다녀가는봄아.오십 년 살고나서 바라보니맨 손 맨 발에 포스스한 맨 머릿결정녕 그 뿐인데도참 어여쁘게 잘도 생겼구나봄아.  잠시 만나수삼 년 마른 목을 축이고잠시 찰나에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봄 햇살 질펀한 데서인사라고 나뉘니이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이승에선 제일로꿈만 같은 꿈만 같은 햇빛 안에나는 왔는가 싶어.

읽고 싶은 시 2019.03.08

꽃의 고요 / 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따라 청매(靑梅) 꽃잎이눈처럼 내리다 말다 했다.바람이 바뀌면돌들이 드러나 생각에 잠겨있는흙담으로 쏠리기도 했다.'꽃지는 소리가 왜 이리 고요하지?'꽃잎을 어깨로 맞고 있던 불타의 말에 예수가 답했다.'고요도 소리의 집합 가운데 하나가 아니겠는가?꽃이 울며 지기를 바라시는가.왁자지껄 웃으며 지길 바라시는가?''노래하며 질 수도....''그렇지 않아도 막 노래하고 있는 참인데.'말없이 귀 기울이던 불타가 중얼거렸다.'음, 후렴이 아닌데!'

읽고 싶은 시 2019.02.27

새벽 일기 2 / 이해인

언제부터 그랬을까 새벽에 눈을 뜨면입안이 마르고쓰기만 해서 레몬 사탕이나박하 사탕이나달고도 화한 것을자꾸 찾게 되는데 혈당도 높으니단것을 주의하라고독이 된다고교육도 받았지만입이 쓴 걸 어떡하나 절제가 부족하다고못마땅해 하다가도내 몸에 필요하니까 당기는 것이라고변명을 하게 되지단것은 나에게오늘도 유혹이고생명인 거지2017년 5월 19일 폭 자고 일어난깜깜한 새벽

읽고 싶은 시 2019.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