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고 또한 믿고 있다 / 구상 이 밑도 끝도 없는 욕망과 갈증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오뇌와 고통의 멍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불안과 허망의 잔을 피할 수 없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이 욕망과 고통과 허망 속에 인간 구원의 신령한 손길이 감추어져 있음을 그리고 내가 그 어느 날 그 꿈의 동산 속에 들어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을 나는 또한 믿고 있다. 읽고 싶은 시 2022.02.19
보름달 / 정호승 밤이 되면 보름달 하나가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나도 지금 너를 사랑하는 보름달이 되어 천 개의 강물 위에 천 개의 달이 되어 떠 있다 읽고 싶은 시 2022.02.15
작은 기도 / 정호승 누구나 사랑 때문에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되게 하소서 누구나 그리운 사립문을 열고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소서 하늘과 별과 바람과 땅의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고 말할 때와 침묵할 때와 그 침묵의 눈물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작은 빈손 위에 푸른 햇살이 내려와 앉게 하소서 가난한 자마다 은방울꽃으로 피어나 우리나라 온 들녘을 덮게 하시고 진실을 은폐하는 일보다 더 큰 죄를 짓지 않게 하소서 읽고 싶은 시 2022.02.15
저의 생명의 생명이신 임이시여 / 타고르 저의 생명의 생명이신 임이시여 저는 항상 제 몸을 정결하게 하리니 님의 살아계신 손이 내 온몸 구석구석 닿고 있음을 아옵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제 마음에서 모든 거짓을 멀리 하려하나이다 당신의 진리가 제 마음 속의 이성에 불을 켰음을 아옵기 때문입니다 저는 항상 제 가슴에서 모든 악을 내쫓고 제 사랑을 꽃피게 하려하나이다 당신께서 제 가슴 깊은 성전에 자리하셨음을 아는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할 바는 임을 제 손발로 나타내는 것입니다 저에게 일할 힘을 베푸시는 이가 바로 임이신 줄 믿기 때문입니다 읽고 싶은 시 2022.02.10
기도 / 정채봉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 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이 있는 얼굴에는 소슬 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 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읽고 싶은 시 2022.02.07
행 복 / 헤르만 헤세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너는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무두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 하고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너의 영혼은 비로소 쉬게 된다 읽고 싶은 시 2022.02.02
거리에서 / 박목월 걸으면서 기도한다 거리에서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나이 60세 아직도 중심이 잡히는지 나의 신앙 주여 굽어 살피소서 당신의 눈동자 안에서 오늘의 나의 하루를 외곽으로만 헤매고 해는 짧고 날씨는 차가운 겨울의 가로수 밑동 걸으면서 안으로 중얼거리는 주기도문 진실로 당신이 뉘심을 전신(全身)으로 깨닫게 하여 주시고 오로지 순간마다 당신을 확인하는 생활이 되게 믿음의 밧줄로 구속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나의 걸음이 사람을 향한 것만이 아니고 당신에게로 나아가는 길이 되게 하시고 한강교를 건너가듯 당신의 나라로 가게 하여 주십시오 읽고 싶은 시 2022.01.29
그리운 등불 하나 / 이해인 내 마음 깊은 곳에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사랑하는 그대 언제든지 내가 그립걸랑 그 등불 향해 오십시오. 오늘처럼 하늘빛 따라 슬픔이 몰려 오는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위해 기쁨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삶에 지쳐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 위해 빈 의자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가슴이 허전해 함께할 친구가 필요한 날 그대 내게로 오십시오. 나 그대의 좋은 친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대 내게 오실땐 푸르른 하늘빛으로 오십시오 고운 향내 전하는 바람으로 오십시오. 그리고 그대 내게 오시기전 갈색 그리운 낙엽으로 먼저 오십시오. 나 오늘 그대 향한 그리운 등불 하나 켜 놓겠습니다. 읽고 싶은 시 2022.01.28
자작나무 /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읽고 싶은 시 2022.01.25
Desiderata - 필요한 것 / 교황 집무실에 걸려있는 시 소란스럽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침묵 안에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하십시오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진실을 말하고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 역시 할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목소리가 크고 공격적인 사람들을 피하십시오 그들은 영혼을 괴롭힙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자신이 하찮아 보이고 비참한 마음이 들 수도 있습니다 더 위대하거나 더 못한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계획한 것뿐만 아니라 당신이 이루어 낸 것들을 보며 즐거워하십시오 아무리 보잘 것 없더라도 당신이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으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변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의 운명 안에서 진실로 소유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상의 일에도 주의를.. 읽고 싶은 시 2022.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