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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영산홍 / 황동규

겨울 아침 햇살 속에 베란다 영산홍 얼굴들이 달아오른 것을 보며 베그 4중주단이 간절히 연주하는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를 듣다 불타가 예수에게 말했다. “저런 음악을 틀어놓고야 글이 되거나 그림이 되는 인간들, 누가 인간이 아니랄까봐......” “허지만 결국 선생의 언행은 일단 한심한 인간이 되어봐야 제 삶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다는 일단 한심 속에 정수리를 담그는 것이 삶의 단초랄까.” 음악에 귀 기울이다가 예수가 말했다. “저 울음을 몸속에 담고 버티는 소리를 들어보게. 저건 이미 한심 밑바닥까지 떨어져본 자의 소리가 아닌가.” 영산홍으로 시선을 돌리며 불타가 말했다. “허긴 죽음에 들켜 죽음을 공들여 만드는 자에게 떨어져보고 안 봄이 무엇이겠는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수가 받았다. “공..

읽고 싶은 시 2014.05.21

부활 / 황동규

죽음도 부활도 다가오는 부활절도 다 삶의 일인데 이따금 속 모르는 추억은 오십 년 전 그대 살던 동네까지 다시 길을 놓건만 봄 가뭄 끝에 흐르다 만 개울까지 그대로 멈춰놓건만 첫사랑은 부활하지 않는고나. 문 앞에서 머뭇대다 나도 몰래 옆 골목으로 새면 쓰다 쓰다 채 못 쓴 편지처럼 진해지고 진해지던 하늘 오늘은 빗방울이 되어 흩날린다. 그렇다. 오랜만에 비 저리 소리 내며 내리는데 비안개 사방에 피어 있는데 마지못해 첫사랑이 부활한다면 잃은 사랑 정성 들여 수놓은 저 여러 필(疋) 추억은 어디다 널어 말려야 할 것인가?

읽고 싶은 시 2014.05.19

[스크랩]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에 의한 기상곡 작곡 정덕기 지휘 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작품해설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에 의한 기상곡 작곡 정덕기 지휘 오충근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2014년 3월 3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관현악을 위한 아리랑에 의한 기상곡 Capriccio von "Arirang" fűr Orchester 작곡 정덕기 (CHUNG, Duk-Kee) (해설) 요사이 나는 선진국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

샘터 게시판 2014.05.18

미운 오리 새끼 / 황동규

‘우리는 깨침에 대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은가. 봄이 오면 풀과 나무는 절로 꽃을 피우는데? 불타의 말에 예수는 못 들은 척 산사(山寺)에 오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산이 꿈틀대더니 꽃의 파도가 되었다. 다시 보니 산이었다. 눈을 거두며 예수가 말했다. ‘사람의 속모습은 거의 비슷하지. 겉으론 봄꽃 진 다음 여름꽃 피고 꽃인지 낟알인지 모를 걸 머리에 달고 가을 억새는 좋아서 물결치지만.’ ‘아예 하찮은 풀로 치부하고 살다가 어느 일순 환히 꽃 피우는 자는?’ 불타의 말을 받아 예수가 속삭였다. ‘겁나겠지!’

읽고 싶은 시 2014.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