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햇살 속에 베란다 영산홍 얼굴들이 달아오른 것을 보며
베그 4중주단이 간절히 연주하는 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를 듣다
불타가 예수에게 말했다.
“저런 음악을 틀어놓고야
글이 되거나 그림이 되는 인간들,
누가 인간이 아니랄까봐......”
“허지만 결국 선생의 언행은
일단 한심한 인간이 되어봐야
제 삶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보다는 일단 한심 속에 정수리를 담그는 것이 삶의 단초랄까.”
음악에 귀 기울이다가 예수가 말했다.
“저 울음을 몸속에 담고 버티는 소리를 들어보게.
저건 이미 한심 밑바닥까지 떨어져본 자의 소리가 아닌가.”
영산홍으로 시선을 돌리며 불타가 말했다.
“허긴 죽음에 들켜 죽음을 공들여 만드는 자에게
떨어져보고 안 봄이 무엇이겠는가?”
고개를 끄덕이며 예수가 받았다.
“공들임을 빼면 인간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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