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마지막 지평선 / 황동규

윤소천 2014. 5. 20. 08:04

 

 

마지막 지평선

 

 

 

 



한줄기 용담(龍膽)빛 연기 공중에 올라 떠돌고

태양열 엔진을 단 해

하늘과 땅 사이의 금을 향해 굴러갔다.

그 금, 세상에 던져져 처음 밖을 내다보았을 때

세상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그어진

가늘고 질긴 흑단 끈으로 팽팽히 상감(象嵌)된 금

외로울 때면, 가까이 오라고 속삭이던 금

다가가면 갈수록 목마르던 금

언젠가 잘못 끌어당겼다 앞으로 쏠려 쓰러졌던 금.

새들이 대신 날아주었다.

허리 줄인 바지처럼 걷다가 외로움-목마름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간 참 많이도 느슨해진 금.

마음먹으면 넌지시 들치고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

누군가 속삭인다.

비자가 필요 없다고.

다른 누군가 속삭인다.

한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또 누군가 속삭인다.

애초에 금 같은 것은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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