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지평선
한줄기 용담(龍膽)빛 연기 공중에 올라 떠돌고
태양열 엔진을 단 해
하늘과 땅 사이의 금을 향해 굴러갔다.
그 금, 세상에 던져져 처음 밖을 내다보았을 때
세상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그어진
가늘고 질긴 흑단 끈으로 팽팽히 상감(象嵌)된 금
외로울 때면, 가까이 오라고 속삭이던 금
다가가면 갈수록 목마르던 금
언젠가 잘못 끌어당겼다 앞으로 쏠려 쓰러졌던 금.
새들이 대신 날아주었다.
허리 줄인 바지처럼 걷다가 외로움-목마름
속내를 들여다보니
그간 참 많이도 느슨해진 금.
마음먹으면 넌지시 들치고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
누군가 속삭인다.
비자가 필요 없다고.
다른 누군가 속삭인다.
한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또 누군가 속삭인다.
애초에 금 같은 것은 없었다고.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벼랑 위의 생 / 신달자 (0) | 2014.05.22 |
---|---|
겨울 영산홍 / 황동규 (0) | 2014.05.21 |
부활 / 황동규 (0) | 2014.05.19 |
미운 오리 새끼 / 황동규 (0) | 2014.05.17 |
사랑의 일 초 2 / 정윤천 (0) | 2014.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