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에는 물을 담아 두는 돌확이 셋이 있다. 하나는 이집으로 이사 올 때 전 주인에게서 헐값에 물려받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사동에서 서너 해 전에 쌀 두 가마 값을 주고 사온 것이다. 타원형에 손잡이까지 달려 있다. 크기도 긴 쪽이 어른 한 발은 좋이 된다. 오랜 풍상으로 모난 데 없고 청태마저 파란 것이 고색이 창연하다. 뜰이 좁아 연못을 가질 형편이 못 되는 나에게 이 돌확은 연못 구실을 한다. 맑은 샘물을 길어다 붓고 가끔씩 가서 수기(水氣)를 쐬기도 하고, 아니면 부평초를 띄워 두거나 수련 몇 포기를 심어 두고 그 윤기 나는 잎이며 청초한 꽃을 즐기기도 한다. 나머지 하나는 내가 손수 파낸 것이다. 크기는 앞엣 것들보다 작은 편이지만 펑퍼짐한 강돌을 옮겨다 정으로 쪼아 낸 것이어서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