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의 노래 / 고은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듣거라. 무등이 무등만한 소리로 쾅,쾅,쾅, 부르짖는도다. 한밤중 곯아떨어진 흙들아 그 소리에 깨어나 거기 묻힌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백골(白骨)도 듣거라. 어느 것 하나인들 우리 포한(抱恨) 우리 억수(億水) 비바람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너도 나도 비바람으로 몰려가 밤새도록 우리 동편제(東便制) 무등 함성(喊聲)이 되는도다. 낮의 사람아 나주(羅州) 다시(多侍) 처녀야 보아라. 한여름 초록 귀 막고 광산(光山) 들판 어디에 에비 에미도 없는 자식들 떠돌아다니던가. 구름 조각 하나도 서릿발 같은 기쁨으로 삼키고 극락강(極樂江) 영산강(榮山江)이 눈을 부비며 에비 에미의 평생으로 우러러보는도다. 무등이여 날이 날마다 거기 있어 아침 햇살 삼천장(三千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