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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의 노래 / 고은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듣거라. 무등이 무등만한 소리로 쾅,쾅,쾅, 부르짖는도다. 한밤중 곯아떨어진 흙들아 그 소리에 깨어나 거기 묻힌 주야장천(晝夜長川)의 백골(白骨)도 듣거라. 어느 것 하나인들 우리 포한(抱恨) 우리 억수(億水) 비바람 한밤중 고개 숙인 물의 머리를 들어서 너도 나도 비바람으로 몰려가 밤새도록 우리 동편제(東便制) 무등 함성(喊聲)이 되는도다. 낮의 사람아 나주(羅州) 다시(多侍) 처녀야 보아라. 한여름 초록 귀 막고 광산(光山) 들판 어디에 에비 에미도 없는 자식들 떠돌아다니던가. 구름 조각 하나도 서릿발 같은 기쁨으로 삼키고 극락강(極樂江) 영산강(榮山江)이 눈을 부비며 에비 에미의 평생으로 우러러보는도다. 무등이여 날이 날마다 거기 있어 아침 햇살 삼천장(三千丈)..

읽고 싶은 시 2013.11.20

싱그러운 아침 / 윤소천

창문을 열면 신선한 공기가 산뜻하게 느껴지는 9월도 중순에 접어든 이른 새벽이다. 잠에서 깨어나면 간단히 세안을 하고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 다음 스탠드의 불을 끈다. 이러고 나면 예스러운 분위기에 촛불 위로 꽃 향이 번지면서 한결 아늑해지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매일 이 시간이면 하는 일상의 일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위해 감사의 기도를 올리며 새 아침을 연다. 이른 아침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길 건너 산자락 대나무 숲에 둥지를 튼 새들이다. 새들은 새벽잠도 없는지 하늘이 열리자 어느새 지저귄다. 수다스럽기도 하지만, 그 맑고 즐거운 새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함께 살아 있다는 생동감에 새삼 힘이 솟는다. 어두운 밤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하루를 여는 아침 햇살은 언제나 눈부시고 아름답다...

소천의 수필 201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