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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아낸다는 건 / 황동규

다 왔다. 하늘이 자잔히 잿빛으로 바뀌기 시작한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마지막 잎들이 지고 있다, 허투루루. 바람이 지나가다 말고 투덜거린다. 엘리베이터 같이 쓰는 이웃이 걸음 멈추고 같이 투덜대다 말고 인사를 한다. 조그만 인사, 서로가 살갑다. 얇은 서리 가운 입던 꽃들 사라지고 땅에 꽂아논 철사 같은 장미 줄기 사이로 낙엽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밟히면 먼저 떨어진 것일수록 소리가 엷어진다. 아직 햇빛이 닿아 있는 피리칸사 열매는 더 붉어지고 하나하나 눈인사하듯 똑똑해졌다. 더 똑똑해지면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이 가을의 모든 것이, 시각을 떠나 청각에서 걸러지며. 두터운 잎을 두르고 있던 나무 몇이 가랑가랑 마른기침 소리로 나타나 속에 감추었던 가지와 둥치들을 내놓는다. 근육을 저리 바싹..

읽고 싶은 시 2014.07.03

숲의 식구 / 도종환

구름은 비를 뿌리며 빠르게 동쪽으로 몰려가고숲의 나무들은 비에 젖은 머리를 흔들어 털고 있다처음 이 산에 들어올 땐나 혼자 있다는 생각을 했다그러나 내가 흔들릴 때같이 흔들리며 안타까워하는 나무들을 보며혼자 있다는 말 하지 않기로 했다아침저녁으로 맑은 숨결을 길어 올려 끼얹어주고조릿대 참대소리로 마음을 정결하게 빗질해주는 이는 누구일까숲과 나무가 내 폐의 바깥인 걸 알았다더러운 내 몸과 탄식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걸 보며숲도 날 제 식구처럼 여기는 걸 알았다나리꽃 보리수 오리나무와 같이 있는 거지혼자 있는 게 아니다내가 숲의 뱃속에 있고숲이 내 정신의 일부가 되어 들어오고그렇게 함께 숨 쉬며 살아있는 것이다

읽고 싶은 시 2014.06.23

[스크랩] 사랑의 노래 작시 백승희 작곡 정덕기 소프라노 김정연 피아노 박화경

사랑의 노래 작시 백승희 작곡 정덕기 누구라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아니외다.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외다 한 송이 꽃이나 아름다운 별을 위한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흔한 곡조가 아니외다 영혼을 불태우는 영혼을 불태우는 찬란한 그대여 그대 닮은 가락이외다 목숨처럼 ..

샘터 게시판 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