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 구 상 새 해 내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워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 읽고 싶은 시 2020.01.14
오 늘 / 구 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읽고 싶은 시 2020.01.04
꽃 . 2 / 나태주 예쁘다는 말을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서 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읽고 싶은 시 2019.12.15
겨울 행 / 나태주 겨 울 행 열 살에 아름답던 노을이 마흔 살 되어 또다시 아름답다 호젓함이란 참으로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게 되리라 들판 위에 추운 나무와 집들의 마을, 마을 위의 산, 산 위에 하늘. 죽은 자들은 하늘로 가 구름이 되고 언 별빛이 되지만 산 자들은 마을로 가 따뜻한 등불이 되는 걸 보리.. 읽고 싶은 시 2019.12.13
화 엄 / 나태주 화 엄 꽃장엄이란 말 가슴이 벅찹니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세상이요 우주라지요 아,아,아, 그만 가슴이 열려 나도 한 송이 꽃으로 팡! 터지고 싶습니다. 읽고 싶은 시 2019.12.05
겨울 과수원에서 / 구 상 겨울 과수원에서 흰 눈이 소금같이 뿌려진 폐(肺)의 공동(空洞)처럼 뻥 뚫린 구덩이 옆에 한 그루 매화의 굵고 검은 가지가 승리의 V자를 지었고 그 언저리를 부활의 화관인 듯 꽃이 만발하다. "보라! 나의 안에 생명을 둔 자 죽어도 죽지 않으리니 보이지 않는 실체를 너희는 의심치 말라" .. 읽고 싶은 시 2019.11.27
홀로와 더불어 / 구 상 홀로와 더불어 나는 홀로다. 너와는 넘지 못할 담벽이 있고 너와는 건너지 못할 강이 있고 너와는 헤아릴 바 없는 거리가 있다. 나는 더불어다. 나의 옷에 너희의 일손이 담겨 있고 나의 먹이에 너희의 땀이 배어 있고 나의 거처에 너희의 정성이 스며 있다. 이렇듯 나는 홀로서 또한 더불.. 읽고 싶은 시 2019.11.17
막동리 소묘 / 나태주 막동리 소묘 1 아스라이 청보리 푸른 숨소리 스민 청자의 하늘,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지 마셔요. 눈물 고인 눈으로 바라보지 마셔요. 보리밭 이랑 이랑마다 솟는 종다리. 2 얼굴 붉힌 비둘기 발목같이 발목같이 하늘로 뽑아올린 복숭아나무 새순들, 하늘로 팔을 벌린 봄 과원의 말씀들, .. 읽고 싶은 시 2019.11.11
상수리나무잎 떨어진 숲으로 / 나태주 상수리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오뉴월에 껴 입은 옷들을 거의 다 벗어가는 그대여. 가자, 가자. 나도 거의 다 입은 옷 벗어가니 상수리 나뭇잎 떨어져 쌓인 상수리나무 숲으로 칡순같이 얽혀진 손을 서로 비비며. 와삭와삭 돌아눕는 낙엽아래 그동안 많이도 잃어진 천국의 샘물 찾으러, 가.. 읽고 싶은 시 2019.10.30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태주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 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 읽고 싶은 시 201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