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45

유월의 장미 / 이해인

유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말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지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읽고 싶은 시 2020.06.08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읽고 싶은 시 2020.05.31

오 월 / 나태주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아, 아, 아, 아프게 벙그는 목련꽃송이 속에는어느 핸가 가을 어스름내가 버린 우뢰 소리 잠들어 있고아, 아, 아, 굴뚝 모퉁이 서서 듣던흰 구름 엉켜드는 아픈 소리깃들어 있고천년 전에 이 꽃의 전신을 보시던 이,내게 하시던 말씀도 스며서 있다.  당신이 천년 전에 생겨나든지제가 천년 후에 생겨나든지둘중 하나가 되었다면얼마나 좋았을까요 시무룩히 고개 숙인 옆얼굴까지 속눈썹까지겹으로 으슥히 스며서 있다.그늘 아래 샘물도 스며서 있다.

읽고 싶은 시 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