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743

시인에게 / 알렉산드로 푸슈킨

시인이여! 사람들의 사랑에 연연해하지 말라 열광의 칭찬은 잠시 지나가는 소음일 뿐 어리석은 비평과 냉담한 비웃음을 들어도 그대는 강하고 평정하고 진지하게 남으라 그대는 황제, 홀로 살으라. 자유의 길을 가라, 자유로운 지혜가 그대를 이끄는 곳으로 사랑스런 사색의 열매들을 완성시켜 가면서 고귀한 그대 행위의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 보상은 그대 속에, 그대는 자신의 가장 높은 판관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그대 노고를 평가할 수 있는, 그대는 자신의 작업에 만족했는냐, 준엄한 예술가여? 만족했다고? 그러면 대중이 그것을 힐난하며 그대의 불꽃이 타오르는 제단에 침 뱉고 어린애처럼 소란하게 그대의 제단을 흔들지라도 그냥 그렇게 두라

읽고 싶은 시 2019.09.23

작은 기쁨 /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작은 기쁨을 부르고밤에 눈을 감으며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나의 내면을 밝히고커다란 강물이 되어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작은 기쁨이 지어준비단 옷을 차려입고어디든지 가고 싶어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즐겁다고 말하면서자꾸만 웃어야지

읽고 싶은 시 2019.09.14

풀꽃과 더불어 / 구 상

아파트 베란다 난초가 죽고 난 화분에 잡초가 제풀에 돋아서 흰 고물 같은 꽃을 피웠다. 저 미미한 풀 한 포기가 영혼 속의 이 시간을 차지하여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여 한 떨기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기하기 그지없다. 하기사 나란 존재가 역시 영혼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무한 속의 이 공간을 차지하며 저 풀꽃과 마주한다는 사실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오묘하기 그지없다. 곰곰 그 일들을 생각하다 나는 그만 나란 존재에서 벗어나 그 풀꽃과 더불어 영원과 무한의 한 표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부분으로 영원과 무한의 한 사랑으로 이제 여기 존재한다.

읽고 싶은 시 2019.08.26

꽃 피우는 나무  / 나태주

좋은 경치 보았을 때저 경치 못 보고 죽었다면어찌했을까 걱정했고 좋은 음악 들었을 때저 음악 못 듣고 세상 떴다면어찌했을까 생각했지요 당신, 내게는 참 좋은 사람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 흘러갔다면그 안타까움 어찌했을까요...... 당신 앞에서는 나도 온몸이 근지러워꽃 피우는 나무 지금 내 앞에 당신 마주 있고당신과 나 사이 가득음악의 강물이 일렁입니다 당신 등 뒤로 썰렁한집목 숲도 이런 때는 참아름다운 그림 나라입니다.

읽고 싶은 시 2019.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