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상수리나무잎 떨어진 숲으로 / 나태주

윤소천 2019. 10. 30. 09:19


상수리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오뉴월에 껴 입은 옷들을 거의 다 벗어가는 그대여.

가자, 가자.

나도 거의 다 입은 옷 벗어가니

상수리 나뭇잎 떨어져 쌓인 상수리나무 숲으로

칡순같이 얽혀진 손을 서로 비비며.


와삭와삭 돌아눕는 낙엽아래

그동안 많이도 잃어진 천국의 샘물 찾으러,

가느내 머리 감을 때마다

뽑혀나간 머리카락들을 찾으러.


가자, 가자,

마지막 남은 옷들을 벗기 위하여

상수리나뭇잎 떨어진  상수리나무 숲으로

이젠 뼈마디만 남은

열개 스무개 발가락들 서로 비비며.

열개 스무개 마음의 뼈마디들 서로 비비며.


( 19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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