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감사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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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

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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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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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

상처 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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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

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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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

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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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

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