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바위 번들번들한 뒷머리에
푸른 벌레가 알을 슬 듯
파릇파릇 이끼가 돋아 있다.
백곡(百縠)이 움트는 봄비의 소치(所致)런가?
아니면 백세 바위의
소생(蘇生)하는 유치(幼稚)런가 ?
이제 꽃도 열매도 잎사귀도
소용치 않고
비바람도 천둥 번개도
들리지 않고
밤도 낮도 분간이 없고
악취나 향내도 모르고
과거와 현실과 꿈이
다를 바 없는 경계(境界)
바위 안은 암거(暗渠)의
흐름이 아니라
아침 햇발을 받은
영창(映窓)의 청명(凊明)
하늘의 저 허허창창(虛虛蒼蒼)과도
면오(面晤)하고
이 지상 , 버라이어티의 문란(紊亂)도
관용(寬容)하고
저 대양(大洋)의 넘실거림도
홀로의 묵좌(黙坐)로서
진정(鎭靜)한다.
그러나 나는
알라딘의 램프가 아니다.
무심(無心)한 바위에
세심(細心)히 낀 이끼
선정(禪定)의 광경이여 !
'읽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 / 도종환 (0) | 2014.01.23 |
---|---|
이 세상에서 제일로 좋은 것 / 서정주 (0) | 2013.12.23 |
갈대 / 정호승 (0) | 2013.12.16 |
학의천 / 이현실 (0) | 2013.11.26 |
무등의 노래 / 고은 (0) | 2013.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