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낙향하고 말았지만, 처자를 거느린 지 십 년이 넘도록 남의 집 신세로 세월을 보낸 그 친구 집에 놀러 갔었다. 주인 방 바로 옆에 딸린 단칸 셋방살이였다. 얘기하는 우리들 옆에서 그 친구의 어린놈들이 뭔가 조심스럽게 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후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한 놈이 밖으로 튀었다. 나머지 한 놈은 뒤로 약간 넘어진 채 천장을 쳐다보고 입만 딱 벌리고 있었다. 웃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셋방살이를 오래 하다 보니 애들이 저 모양이 되어 버렸네.' 쓸쓸이 웃음을 지으며 내뱉는 친구의 말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가설극장에서 본 무성영화를 연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