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히 이는 바람에
등 떠밀려
가만가만 흘러가는 잔물결
냇물은 바람에게 말없이 등을 내민다
천 마리의 학, 그 울음을 업고
유유히 흐르던 물가에 앉으니
아코디언처럼
접히고 펴지는 오후
겹겹이 흔들리며 다가오는
저 낯익은 물주름
어스름 내리는
물이랑 속으로 달려가
무너질 듯 안겨들면
구순의 아버지
노을빛에 잠겨
봄밤을 흐르고 있다
*안양 인덕원의 냇가. 천 마리 학이 내려와 살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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