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서면 마음 설렐까 그 길에 뜨는 해는 무엇이 다른가 큰 숲에 이르는 작은 숲이 있고 숲길 사이로 냇물 흐르고 냇물 건너 마을엔 어진 사람들 모여 살 것 같은 따뜻한 화덕에 활활 불 피워놓고 낯선 나그네들 융숭히 맞이할 것 같은 그 길 위에 하나의 세계가 다가오고 다가와 눈부신 아침을 열고 해와 달 별들이 새로운 날을 열 것 같은 악보처럼 늘어선 나무들이 어린 풀들 무릎에 안고 춤추는 길 실바람 머리칼 나부끼며 누구나 한번은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세상을 여는 또하나의 열쇠를 가슴 두근거리며 두 손에 쥐어본다 그러나 열쇠는 이윽고 녹이 슬고 그 길도 지나온 길과 다를 것 없음을 희망과 실망은 언제나 손등과 손바닥 같은 허망한 것임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