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도시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입니다. 다른 나무들은 산이나 들의 가장자리에서 밝은 햇빛과 맑은 공기를 받아들여 살아가지만 나는 가로수가 되어 도시의 먼지와 매연에 파묻혀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를 위하여 내가 맡은 일이 있으므로 그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떤 할아버지나 아주머니가 지나가다가 여름의 땡볕을 피해서 내 그늘 밑에 쉬고 있을 때는 내가 다른 때보다 더 잎사귀들을 펼쳐서 그늘을 넓게 만들기도 합니다. 밤이 오면 나는 이곳저곳의 네온사인이나 자동차들의 불빛 때문에 푹 쉴 수 없지만 그래도 한낮보다는 내 잎 속에 들어있는 것을 내뿜고 잠들 수 있어서 그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밤이 깊어가노라면 자동차도 많이 줄어들어서 이 도시가 언제 이다지도 얌전해졌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