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바람이 불어온다. 봄의 발걸음이 다가선 것이다. 천지만물이 막 잠에서 깨어난 듯 흔연히 눈을 뜬다. 산은 산뜻함으로 윤기가 돌기 시작하고, 강물도 세차게 흐르기 시작하고, 태양의 얼굴 또한 빨갛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여리고 푸른 새싹들이 살며시 땅을 비집고 돋아나온다. 정원에도 들판에도 온통 갓 싹이 돋아난 풀들로 가득하다. 앉아도 보고, 누워도 보고, 딩굴어도 보고, 공을 차기도 하고, 달려도 보고, 숨바꼭질도 해본다. 바람은 가볍게 살랑거리고 풀은 솜털처럼 보드랍다. 복숭아나무, 살구나무 그리고 배나무는 한 치의 양보 없이 앞 다투어 꽃을 피운다. 붉은 꽃은 불덩이 같고, 분홍 꽃은 노을 같고, 흰 꽃은 눈송이 같다. 향긋한 꽃내음을 느끼며 눈을 감으니 나뭇가지마다 벌써 복숭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