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좋아지는 것은 역시 겨울철이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밤에 설레는 눈발 속에 우러러보는 등불, 그것은 우리의 감정이 닿을 수 있는 동경(憧憬)의 알맞는 위치에 외롭게 켜있는 꿈의 등불이다. 그 등불이 켜진 가로등 기둥에 호젖이 기대서서 가없는 명상에 잠시 잠겨보는 고독, 그것은 나의 젊은날의 눈물겨운 모습이다. 그러나 요즘은 눈 오는 밤 가로등에 기대 보는 그런 고독한 낭만조차 잊은지 오래다. 그것은 나의 연령의 탓만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인간이란 나이가 들수록 한결 고독한 것이며, 그래서 눈이 오는 밤은 한결 유감해지는 것이리라. 다만 내가 고독한 낭만을 못 가지는 것은 세태의 탓일 것이다. 해방후로 우리는 밤의 낭만을 잃은 것이다. 그 포근한 밤의 지향없는 소요를 통행금지라는 법이 막고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