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같이 볼품이 없는 나무가 또 있을까? 마당을 서성거리다가 우연히 대추나무와 마주칠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벚나무 같은 화사함도 없고 느티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위용도 없다. 그렇다고 가을이면 다른 나무들처럼 곱게 단풍이 드는가 하면 그렇지도 못해서 언뜻 보기에 아카시아나무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가지는 고집스럽게 뻗어서 조화와 균형을 잃고 있다. 나무처럼 사랑스런 시는 없으리. 이렇게 노래한 시인이 있지만 아무리 뜯어보아도 대추나무에서는 시를 찾을 수 없을 듯싶다. 대추나무는 계절 밖에 산다. 봄이 와도 봄을 모르고 가을이 되어도 여름으로 착각하는 나무다. 개나리가 피고 진달래가 지고, 벚나무며 라일락 같은 꽃나무들이 불꽃놀이라도 하듯 온통 분홍과 보라색을 내뿜으며 부산을 떨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