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6

어우렁 더우렁 / 한용운

와서는 가고입고는 벗고잡으면 놓아야 할윤회의 소풍길에우린 어이타 인연 되었을꼬 봄날의 영화꿈 인듯 접고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할그 뻔한 길왜 왔나 싶어도 그래도...아니 왔다면 후회 했겠지! 노다지처럼 널린사랑 때문에 웃고가시처럼 주렁한미움 때문에 울어도 그래도그 소풍 아니면우리 어이 인연 맺어 졌으랴 한 세상 세 살다 갈 소풍 길 원 없이 울고 웃다가말똥 밭에 굴러도이승이 낫단 말빈 말 안되게 어우렁 더우렁그렇게 살다가보자

읽고 싶은 시 2024.06.28

바닷가에서 / 오세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 있다.

읽고 싶은 시 2024.06.18

무소부재(無所不在) / 구 상

아지랑이 낀 연당(蓮塘)에꿈나무 살포시 내려앉듯그 고요로 계십니까. 비 나리는 무주공산(無主空山)어둑이 진 유수(幽遂) 속에심오하게 계십니까. 산사(山寺) 뜰 파초(芭草) 그늘에한 포기 채송화모양애련(哀憐)스레 계십니까. 휘엉청 걸린 달 아래장독대가 지은 그림자이듯쓸쓸하게 계십니까. 청산(靑山)이 연장(連嶂)하여병풍처럼 둘렀는데높이 솟은 설봉(雪峰)인 듯어느 절정에 계십니까. 일월(日月)을 조응(照應)하여세월없이 흐르는 장강(長江)이듯유연(悠然)하게 계십니까. 상강(霜降) 아침나목(裸木) 가지에 펼쳐있는청열(淸烈) 안에 계십니까. 석양이 비낀황금 들판에 넘실거리는풍요 속에 계십니까. 삼동(三冬)에 뒤져놓은번열(煩熱) 식은 대지같이태초의 침묵을 안고 계십니까. 허허창창(虛虛蒼蒼)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무애(..

읽고 싶은 시 2024.06.10

말없이 사랑하십시오 / 이해인

내가 그렇게 했듯이드러나지 않게 사랑하십시오 깊고 참된 것일수룩말이 적습니다아무도 모르게 드러나지 않게 선을 베푸십시오 그리고 침묵하십시오변명하지 말고행여 마음이 상하더라도맞서지 말며그대의 마음을 사랑으로이웃에 대한 섬세한 사랑으로가득 채우십시오 사람들이 그대를멀리할 때에도도움을 거부할 때에도오해를 받을 때에도말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의 사랑이 무시당하여마음이 슬플 때에도말없이 사랑하십시오그대 주위에 기쁨을 뿌리며행복을 심도록 마음을 쓰십시오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가그대를 괴롭히더라도말없이 사랑하며 침묵하십시오 그리고 행여 그대의 마음에원한이나 격한 분노와 판단이끼어들 틈을 주지 말고묵묵히 사랑하도록 하십시오

읽고 싶은 시 2024.06.08

6월의 장미 / 이해인

​ 하늘은 고요하고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6월의 장미가 내개 말을 걸어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밝아져라” “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6월의 넝쿨장미들 이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자꾸만 말을 건네 옵니다 사랑하는 이여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내가 눈물속에 피어 낸 기쁨 한송이 받으시고내내 행복 하십시요. ​

읽고 싶은 시 2024.06.08

삶 / 박경리

​대개소쩍새는 밤에 울고뻐꾸기는 낮에 우는 것 같다​풀 뽑는 언덕에노오란 고들빼기 꽃파고드는 벌 한 마리​애끓게 우는 소쩍새야한가롭게 우는 뻐꾸기모두 한목숨인 것을​미친 듯 꿀 찾는 벌아간지럼 타는 고들빼기 꽃모두 한목숨인 것을​달 지고 해 뜨고비 오고 바람 불고우리 모두 함께 사는 곳허허롭지만 따뜻하구나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

읽고 싶은 시 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