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베란다 앞 화단 가장자리, 소나무와 능수단풍 사이에는 어린이 키만 한 솟대가 서 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새를 머리에 인 솟대가 나를 먼저 반겨주고는 하는데, 집 마당에 솟대가 들어서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집을 신축하면서 화목보일러와 기름보일러를 함께 설치했는데, 산 아래 마을인지라 난방은 화목으로 하고 더운 물을 쓸 때는 기름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생각과 달리 산에서 나무를 해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산림 가꾸기 사업으로 벌목과 가지치기한 나무가 지천이지만 자르고 가져오는 일이 힘들었다. 나무를 길가로 옮기는데 지게가 아니면 안 되어 땔감이 눈앞에 있어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이런 처지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아파트단지에 땔감으로 쓸 만한 폐목이 있으니 와 보라는 연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