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121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보이게 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마디 앉히고 싶어요​11월의 청빈한 나무들 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출처. 11월의 나무처럼/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1.14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 / 이해인

내 마음에 그려 놓은마음이 고운 그 사람이 있어서세상은 살맛 나고나의 삶은 쓸쓸하지 않습니다​그리움은 누구나 안고 살지만이룰 수 있는 그리움이 있다면삶이 고독하지 않습니다​하루 해 날마다 뜨고 지고눈물 날것 같은 그리움도 있지만나를 바라보는 맑은 눈동자살아 빛나고날마다 무르익어 가는 사랑이 있어나의 삶은 의미가 있습니다​내 마음에 그려 놓은마음 착한 그 사람이 있어서세상이 즐겁고살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출처, 내 마음에 그려 놓은 사람/이해인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1.10

화광동진(和光同塵)의 무등산(無等山) / 윤소천

빛고을 광주光州를 안고 있는 무등산은 인근 사방 어디에서 보아도 자애롭고 든든한 모습이다.무등無等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세상만물이 평등하다는 하늘의 섭리를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무등의 능선은 푸른 하늘에 욕심 없이 그어놓은 한 가닥 선線이다. 나는 무등산 아래 빛고을 유동柳洞, 버들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품에서 포근했던 유년시절, 방문을 열고 마루에 서면 탱자 울 너머로 무등산이 보였다. 무등산에 눈이 세 번 오면 시내에 첫눈이 온다는 말에무등산에 하얀 눈이 내린 아침이면, 누나는 일찍 일어나 ‘눈 왔다. 무등산에 눈 왔어.’하고 우리를 깨우고, 우리 형제들은 우르르 마루로 나와 무등산을 바라보았다. 학창시절 방학이 되어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올 때면, 무등산은 저 멀리서 먼저 어서 오라는 ..

소천의 수필 2024.11.02

오 늘 / 구 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그래서 나는 죽고나서 부터가 아니라오늘서 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출처] 오늘/구상|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0.25

겨울 이야기 / 윤소천

​ 겨울의 뜰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럽다. 추위를 견디며 나와 함께 겨울을 나는 나무들,지난 늦가을 한 잎 두 잎 잎을 떨쳐내더니 이제는 차가운 하늘 아래 알몸으로 매서운 북풍과눈보라를 맞으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이를 보고 있으면 다가올 새봄을 기다리는 나무의 인내와 견고함이 느껴진다.​나무 가까이 다가가 보면 겨울잠을 자는 나무들이 어느새 새봄을 준비하고 있다.단풍은 벌써 떨켜에 틔울 싹을 마련하고 있고, 매화는 어느새 꽃눈을 틔우고 있다. 그리고 붓끝 같은 목련의 봉오리는 하늘을 향해있다. 단풍의 연두색 여린 잎, 매화의 은은한 향기, 목련꽃의 우아한 모습들을 그려보면새봄이 기다진다.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는 큰애가 며칠 전 제주 올레길 트레킹을 하고 돌아왔다.학창시절 가족여행을 다녀온 후로 여..

소천의 수필 2024.10.24

물염(勿染)의 시 / 나종영

​시인아시를 쓰려거든시를 그대가 쓴다고 생각하지 마시라​시는 밤하늘의 별빛과 들판의 바람 소리강가의 돌멩이와산 너머 구름의 말을 빌린 것이다​시인아 시를 만들지 마시라시는 한줄기 아침 햇살, 붉은 저녁노을시린 달빛의 언어가어린 풀벌레와 짐승의 피울음 소리를 넘어가까스로 오는 것이다​시는 어두워지는 숲속날아가는 산새들이 불러주는 상흔(傷痕)의 노래나지막한 그 숨결 그 품 안에서살아오는 것이다 [출처] 물염(勿染)의 시/나종영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4.10.24

봄이 오는 길목에서 / 윤소천

며칠 전 남쪽 바닷가에 사는 친지로부터 매화가 피었다는 봄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곳은 춘설春雪이 밤새 내렸다. 뜰에 나가 보니 잔설이 쌓여있는 산수유 매화의 꽃눈이 또렷해져 겨울잠에서깨어나고 있었다. 사유思惟에 눈뜨던 시졀, 무서리에 자지러진 가을을 지나 눈 내린 혹한의 겨울 그리고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는 유년의 기억마저 잊게 했다. 그러나 그 고뇌와 아픔의 시간 들이 이제는 잃어버린 나를 찾는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작은 구름이 가볍게 하늘을 흘러간다 /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꽃은 풀숲에서 웃는다 /어디를 보아도 고단한 눈은 이제 /책에서 읽은 것을 잊으려 한다 / 내가 읽었던 어려운 것들은 / 모두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으며 / 겨울날의 환상에 불과했다 / 나의 눈은 깨끗하게 정화되어 / 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