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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축시 - 아가서를 대하며 / 이수창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하나님의 말씀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가득하여라 시냇가에 심기운 나무처럼 아름다운 열매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가득하여라 어여쁘고 어여쁜 그대들은 사론의 수선화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신부여 그대는 여자들 중에 가시나무 가운데 백합화 같고 신랑이여 그대는 남자들 중에 수풀 가운데 사과나무 같아여라 향기로운 산들에서 노루와도 같은 그대들이여 많은 물도 꺼치지 못하고 홍수라도 엄몰치 못할 영원한 행복 그대들의 삶 가운데 늘 피어올라라

읽고 싶은 시 2024.04.16

적도를 돌고 온 술 / 윤소천

가을이 깊어간다. 벼는 한여름이글거리는 땡볕에 폭우와 태풍을 이겨내고 따가운 가을 햇살에 익어 열매를 맺는다.황금들녘에 고개 숙인 벼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을 달관한 성인의 겸양을 보는 듯하다. 사람은 육십이 넘으면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포도주처럼 익어간다고 한다. 우리 삶도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를 맺고 시련 속에 익어가면서 새롭게 태어난다.  나는 얼마 전 적도를 두 번 돌고 오는 여정에서 만들어지는 술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번 맛보고 싶었다. 바이킹의 후예가 만든 노르웨이의 리니아아쿠아비트LinieAquavit라는 술인데, 오크통에 담겨 적도Linie 를 돌아오는항해를 통해 숙성된다. 술병에는 노르웨이의 지도와 배가 그려져 있고 그때그때의 항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바다의 기상 상태에 따라 술맛..

소천의 수필 2024.02.26

새 해 / 구 상

내가 새로와 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쓰라림과 괴로움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율조(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의식(意識)은 이성(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심호흡(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 친다 꿈은 나의 충직(忠直)과 일치(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노동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기도(祈禱)는 나의 일과(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생애(生涯), 최고의 성실로써 꽃피울 새해여 !

읽고 싶은 시 2024.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