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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다른 아무것도 없다네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그런데도그 온갖 도덕온갖 계명을 갖고서도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만들지 않는 까닭​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누구나 행복에 이르지스스로 행복하고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사랑은 유일한 가르침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단 하나의 교훈이지​예수도 부처도 공자도그렇게 가르쳤다네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한 가지 중요한 것은그의 가장 깊은 곳그의 영혼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언제나 좋은 세상옳은 세상이었다네

읽고 싶은 시 2025.01.30

새벽의 시 / 정호승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나뭇잎이 나무의 눈물인 것을새똥이 새의 눈물인 것을어머니가 인간의 눈물인 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새들이 우리의 더러운 지붕 위에 날아와똥을 눈다는 것이그 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거리의 노숙자들이 잠에서 깨어나어머니를 생각하는 새벽의 새벽이 되어서야눈물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읽고 싶은 시 2025.01.29

구상무상(具常無常) / 구 상

이제 세월처럼 흘러가는남의 세상 속에서가쁘던 숨결은 식어가고뉘우침마저 희미해가는 가슴.    나보다 진해진 그림자를밟고 서면꿈결 속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이그저 심심해 서 있으면헤어진 호주머니 구멍으로부터바람과 추억이 새어나가고꽁초도 사랑도 흘러나가고무엇도 무엇도 떨어져버리면    나를 취하게 할 아편도 술도 없어홀로 깨어 있노라.아무렇지도 않노라.

읽고 싶은 시 2025.01.12

삶 인생 행복 / 진 웹스터

대부분 사람들은삶을 마치 경주라고생각하는 듯해요 목적지에 빨리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거예요 그리고 경주가끝날 때 쯤엔자기가 너무 늙었다는 것목적지에 빨리도착하는 건별 의미가 없다는 걸알게 되지요 그래서 나는 길가에 주저 앉아서행복의 조각들을하나씩 주워 모을 거예요

읽고 싶은 시 2025.01.12

*우슬재를 지나며 / 이보영

허기진 내 영혼을따뜻하게 보듬어주는뒤틀린 가난을 따라 한 계단 올라서며 아버지 걸어가시던 슬픈 안부 묻는다 주름진 세월너머 메아리만  들려오고먼 강을 휘돌아 파도소리 부서지면 동백꽃 붉은 웃음도꿈결인 듯 아득하다 썼다가 지워버린 시간의 문신에는옛길로 가는 길이아리도록 새겨졌다 오늘도 파문이 일면하얀 포말 솟는다  * 우슬재 - 전남 해남의 관문

읽고 싶은 시 2025.01.12

Helman Hesse의 봄

작은 구름이 가볍게 하늘을 흘러간다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꽃은 풀섶에서 웃는다어디를 봐도 나의 고단한 눈은 책에서 읽는 것을 잊으려한다.내가 읽었던 어려운 것들은모두 먼지 처럼 날아가 버렸으며겨울날의 환상에 불과 했다.나의 눈은 깨끗하게 정화되어새로이 솟아나는 창조물을 바라본다.그러나 모든 아름다움의 무상에 대하여내 안의 마음속에 씌어져 있는 것은봄에서 봄으로 남겨졌으며이제 어떤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으리.

읽고 싶은 시 2025.01.06

새해 아침의 기도 / 김남조

첫 눈뜸에눈 내리는 청산을 보게 하소서초록 소나무들의 청솔바람 소리를 듣게 하소서​아득한 날에예비하여 가꾸신은총의 누리다시금 눈부신 상속으로 주시옵고젊디 젊은 심장으로시대의 주인으로사명의 주춧돌을 짐지게 하소서​첫 눈뜸에진정한 친구를 알아보고서로의 속사랑에기름 부어 포옹하게 하여 주소서​생명의 생명인우리네 영혼 안엔사철 자라나는과일나무 숲이 무성케 하시고제일로 단맛나는 열매를 날이 날마다주님의 음식상에바치게 하옵소서 출처. 새해 아침의 기도/김남조  작성자 소천의 샘터

읽고 싶은 시 2025.01.03

그 해 겨울 / 윤삼현

생을 말리고삭풍에 내던저져벼랑 끝에 발 딛은 채떨면서 떨지 않아야했던내 젊은 날견딤의 눈송이를기억한다 아득히 시간의 강을 건너지금 내 영토에다시 눈발이 치고맨살로 겨울숲에 서서안단테의 영혼을 적신다 아무렴 그 해겨울만 하겠는가순정을 다 바쳐숨결 하나까지바스라져하얗게 비워낸내 불멸의 프레스토 공포와 축포를 번갈아 쏘아대고가슴에 음각되던 흔적들이시인줄도 모르고빛과 어둠층층이 쌓인들판의 눈을 허기진 입에 털어넣고기적처럼 버텨온그 겨울의 나무 하나를

읽고 싶은 시 2024.12.28

그리스도 폴의 江 16 / 구 상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강은 헤아릴 수 없는 집합이면서 단일과 평등을 유지한다.강은 스스로를 거울같이 비춰서 모든 것의 제 모습을 비춘다.강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택한다.강은 그 어떤 폭력이나 굴욕에도 무저항으로 임하지만 결코 자기를 잃지 않는다. 강은 뭇 생명에게 무조건 베풀고 아예 갚음을 바라지 않는다.강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스려서 어떤 구속에도 자유롭다.강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보여준다.강은 날마다 판토마임으로 나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친다.

읽고 싶은 시 2024.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