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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언덕 / 김연동 詩 황덕식 曲 . Ten 안형렬

갈꽃 진 겨울 언덕 바람이 불다 갔다 황혼이 쓸린 그 자리 어둠이 짙어오고 박토의 가슴 위에는 흰눈만이 내린다 가슴을 풀 섶에 놓아 이슬방울 받고 싶은 풀무치 울음 타던 계절도 지나고 우리는 무엇에 젖어 이날들을 울 것인가 눈 덮인 겨울 언덕 낙엽이 흩날린다 별빛이 부서진 자리 찬 서리 가득하고 메마른 가슴 위에는 겨울비가 내린다 푸르른날 그리워지는 이 계절 지나가면 꽃 피고 새가 우는 싱그런 하늘 밑에 우리는 풀잎에 젖어 지난날을 노래하리

무소부재(無所不在) / 구 상

아지랑이 낀 연당(蓮塘)에 꿈나무 살포시 내려앉듯 그 고요로 계십니까. 비 나리는 무주공산(無主空山) 어둑이 진 유수(幽遂) 속에 심오하게 계십니까. 산사(山寺) 뜰 파초(芭草) 그늘에 한 포기 채송화모양 애련(哀憐)스레 계십니까. 휘엉청 걸린 달 아래 장독대가 지은 그림자이듯 쓸쓸하게 계십니까. 청산(靑山)이 연장(連嶂)하여 병풍처럼 둘렀는데 높이 솟은 설봉(雪峰)인 듯 어느 절정에 계십니까. 일월(日月)을 조응(照應)하여 세월없이 흐르는 장강(長江)이듯 유연(悠然)하게 계십니까. 상강(霜降) 아침 나목(裸木) 가지에 펼쳐있는 청열(淸烈) 안에 계십니까. 석양이 비낀 황금 들판에 넘실거리는 풍요 속에 계십니까. 삼동(三冬)에 뒤져놓은 번열(煩熱) 식은 대지같이 태초의 침묵을 안고 계십니까. 허허창창(虛..

읽고 싶은 시 2024.01.12

1 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내 영혼의 현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질책, ​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읽고 싶은 시 2024.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