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를 돌고 온 술 / 윤소천
가을이 깊어간다. 벼는 한여름이글거리는 땡볕에 폭우와 태풍을 이겨내고 따가운 가을 햇살에 익어 열매를 맺는다. 황금들녘에 고개 숙인 벼들을 보고 있으면 세상을 달관한 성인의 겸양을 보는듯하다. 사람은 육십이 넘으면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포도주처럼 익어간다고 한다. 우리 삶도 꽃이 피고 지면서 열매를 맺고 시련 속에 익어가면서새롭게 태어난다. 나는 얼마 전 적도를 두 번 돌고 오는 여정에서 만들어지는 술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번 맛보고 싶었다. 바이킹의 후예가 만든 노르웨이의 리니아아쿠아비트LinieAquavit라는 술인데, 오크통에 담겨 적도Linie를 돌아오는 항해를 통해 숙성된다. 술병에는 노르웨이의 지도와배가 그려져 있고 그때그때의 항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바다의 기상 상태에 따라 술맛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