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찬梅花讚 / 김진섭
나는 매화를 볼 때마다 항상 말할 수 없이 놀라운 감정에 붙들리고야 마는 것을 어찌할 수 없으니, 왜냐하면 첫째로 그것은 추위를 타지 않고 구태여 한풍를 택해서 피기 때문이요, 둘째로 그것은 그럼으로써 초지상적初地上的인 비현세적非現世的인 인상을 내 마음속에 던져주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가 혹은 눈 가운데 완전히 동화同化된 매화를 보고, 혹은 찬 달 아래 처연悽然히 조응照應된 매화를 보게 될 때, 우리는 과연 매화가 사군자의 필두筆頭로 꼽히는 이유를 잘 알 수 있겠지만, 적설積雪과 한월寒月을 대비적對比的 배경으로 삼은 다음 에라야만 고요히 피는 이 꽃의 한없이 장엄하고 숭고한 기세에는, 친화親和한 동감同感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굴복감屈伏感을 우리는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매화는 확실히 춘풍이 태탕駘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