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자국만 가면 수심 깊은 강
이쯤에서 너의 이름을 부른다.
바람이 지나온 세월을 찢고 있다
아직은 다 죽지 못해서
내 피 섞인 시간들
울부짖으며 뜯기며 넝마가 되네.
바람은 내 충직한 하수인
흉물스러운 모습들 내 등 뒤로 날라 보냈는지
경건히 남은 목숨을 내어 놓고
수심 깊은 강에 먼저 마음이 걸어가는
고요한 명목의 시간
바람도 나와 같이 무릎 꿇는다.
하늘의 초승달 은빛 칼처럼 내려다본다.
내 무엇을 숨길 수 있으랴
어디를 간 들 바람을 피하며
혹은 하늘의 시선을 거스를 수 있느냐
내 이미 수심 깊은 강에 들어섰으니
그대여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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