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너를 위한 노래 5 / 신달자

윤소천 2014. 3. 4. 05:36

 

 

 

 

 

                              

한 발자국만 가면 수심 깊은 강

 

이쯤에서 너의 이름을 부른다.

 

 

 

바람이 지나온 세월을 찢고 있다

 

아직은 다 죽지 못해서

 

내 피 섞인 시간들

 

울부짖으며 뜯기며 넝마가 되네.

 

 

 

바람은 내 충직한 하수인

 

흉물스러운 모습들 내 등 뒤로 날라 보냈는지

 

경건히 남은 목숨을 내어 놓고

 

수심 깊은 강에 먼저 마음이 걸어가는

 

고요한 명목의 시간

 

바람도 나와 같이 무릎 꿇는다.

 

 

 

하늘의 초승달 은빛 칼처럼 내려다본다.

 

내 무엇을 숨길 수 있으랴

 

어디를 간 들 바람을 피하며

 

혹은 하늘의 시선을 거스를 수 있느냐

 

내 이미 수심 깊은 강에 들어섰으니

 

그대여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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