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무인등대 / 정호승

윤소천 2014. 3. 5. 07:04

 

 

 


 

 

등대는 바다가 아니다

 

등대는 바다를 밝힐 뿐

 

바다가 되어야 하는 이는

 

당신이다

 

 

 

오늘도 당신은 멀리 배를 타고 나아가

 

그만 바다에 길을 빠뜨린다

 

길을 빠뜨린 지점을

 

뱃전에다 새기고 돌아와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방파제 끝

 

무인등대의 가슴에 기대어 운다

 

 

 

울지 마라

 

등대는 길이 아니다

 

등대는 길 잃은 길을 밝힐 뿐

 

길이 되어야 하는 이는 오직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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