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지구 껍질에서 / 황동규

윤소천 2014. 2. 28. 05:49

 

 

 

 

오랜만에 시골서 묵는 밤

 

잠이 오지 않아 창문을 연다.

 

저수지 가득 피어오르는 밤안개 속에 새 우는 소리

 

그 소리 귀에 익지만 이름 잊었다.

 

소쩍센가, 자규센가, 아니면 안개 속에 길 잃은

 

외로운 가수歌手인가?

 

 

 

나도 자주 길을 잃었다.

 

때로는 사는 동네에서 길 잃고 헤맸다.

 

 

 

마음 구석구석 더듬어도

 

얼굴과 이름 떠오르지 않는다.

 

죽지 않고 지구 껍질에서 헤매다보면

 

다시 만날 날 있으리.

 

혹시 서로 못 알아보더라도

 

미소 머금고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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