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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령 송 가

오소서 성령님 ! 당신의 빛 그 빛살 하늘에서 내리소서 ! 가난한 이 아버지 은총의 주님 ! 오시어 마음에 빛 주소서 !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생기 돋워 주소서 ! 일할 때에 휴식을 무더울 때 바람을 슬플 때에 위로를 지복의 빛이시여 ! 저희 맘 깊은 곳을 가득히 채우소서 ! 주님 도움 없으면 저희 삶 그 모든 것 이로운 것 없으리. 허물은 씻어주고 마른 땅 물 주시고 병든 것 고치소서 ! 굳은 맘 풀어주고 찬 마음 데우시고 바른 길 이끄소서 ! 설령님을 믿으며 의지하는 이에게 칠은을 베푸소서 ! 공덕을 쌓게 하고 구원의 문을 넘어 영복을 얻게 하소서 !

인문학 2023.03.13

화강석이 되어 / 전석홍

나는 화강석이 되어 가난한 집 방바닥 구들장으로 깔리어 군불 품어 고단한 등짝 녹여 주고 싶다 그늘 깊은 집 주춧돌로 박혀 기둥과 대들보 힘껏 떠받치고 싶다 보일 듯 말 듯 집 한 귀퉁이 서툰 글씨로 써진 한 줄 시(詩)이고 싶다 조부장한 물길 밑바닥에 깔리어 소색이며 흘러가는 유리알 물소리 간직하고 싶다 두메 마을 긴 담장으로 줄지어 서서 인정 어린 이야기 주워 담는 역사의 꽃그릇이 되고 싶다 ​ 전석홍 시인​ 전남 영암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김남조선생 추천으로 등단 시집 담쟁이 넝쿨의 노래, 원점에 서서, 내 마음의 부싯돌, 농기구열전 등 다수. 한국크리스찬문학상, 영랑시문학상, 광주시 문화에술상 등 다수. 전라남도 도지사, 국회의원 역임.

읽고 싶은 시 2023.03.02

오늘도 지게 지고 걷는다 / 전석홍

등태가 체온처럼 따스하구나 등거리에 실려 다닌 내 지게 인생 하늘 떠받듯 목발 버티고 서서 두 팔 뻗어 저울추를 치켜 올린다 벼, 보리, 서숙, 나무, 목숨의 밑천들 가슴으로 듬뿍 껴안은 너를 통째로 등짝에 지고 남몰래 등골 땀에 젖어 가야 하느니 세상사 힘겨우면 어깻죽지 눌러 신호 보낸다 '제발 짐 좀 덜어내라,고 한쪽 쓸려 가우뚱 중심 흔들리면 '수평 잡으라' 단호이 일러 준다 너와 나 사이 틈새 생기면 함께 넘어지느니 등가죽에 울려오는 무거움과 덜어냄의 아슬한 균형 오늘도 천근 지게를 지고 터벅터벅 생의 외길목을 작대기 하나 걸어간다

읽고 싶은 시 2023.02.24

청매실나무 목불(木佛)로 서다 / 전석홍

청매실나무 한 구루 칠백 년 묵어있다 선암사 옆구리 외진 뜰에 숱한 비바람 비비꼬며 구름 계단 재겨오른 몸뚱어리엔 목불 품새 아련히 새겨있다 몸짐 잔뜩 진 등때기에 듬성듬성 피어나는 검버섯 이끼꽃 골짝 깊은 역사의 숨소리 들려온다 나무 가슴 틈새 파고든 허공은 목탁새 한땀 한땀 쪼아대던 원광인가 내 마음 가득찬 과녁 한가운데 화엄화살로 박혀오는데 눈물이슬 내릴 때면 조용한 매실향기 절간을 환히 꽃피우리라

읽고 싶은 시 2023.02.18

내 마음의 부싯돌 / 전석홍

​ 굵고 까칠한 왼손 엄지와 검지 손끝 사이 작은 부싯돌 퉁겨내서 아버지 온 집안에 집불 지폈었네 ​ 그 불씨 한톨 내 가슴속 불못으로 꽝꽝 박혀 삶의 계곡 굽이굽이 비바람 호되게 몰아칠 때 젖은 내 마음의 심지에 몇 번이고 불꽃을 당겨 주었네 ​ 홀로 가야만 하는 외진 길목 어둠의 깊은 늪에 실족해 수 십길 바닥 밑으로 미끄러져 내릴 때도 내 눈에 불노을 일으켜 주었네 ​ 시간에 타버린 재가 쌓여 가도 영혼에 불붙이는 꽃불 씨톨로 숨쉬고 있네

읽고 싶은 시 2023.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