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시

오늘도 지게 지고 걷는다 / 전석홍

윤소천 2023. 2. 24. 08:50

 

 

등태가 체온처럼 따스하구나

등거리에 실려 다닌 내 지게 인생

하늘 떠받듯 목발 버티고 서서

두 팔 뻗어 저울추를 치켜 올린다

 

벼, 보리, 서숙, 나무, 목숨의 밑천들

가슴으로 듬뿍 껴안은 너를

통째로 등짝에 지고

남몰래 등골 땀에 젖어 가야 하느니

 

세상사 힘겨우면 어깻죽지 눌러 신호 보낸다

'제발 짐 좀 덜어내라,고

한쪽 쓸려 가우뚱 중심 흔들리면 

'수평 잡으라' 단호이 일러 준다

 

너와 나 사이 틈새 생기면 함께 넘어지느니

등가죽에 울려오는 무거움과 덜어냄의 아슬한 균형

오늘도 천근 지게를 지고

터벅터벅 생의 외길목을 작대기 하나 걸어간다